22~28일 개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직접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하기로
홍콩인 정치활동 대폭 위축시키는 법안
홍콩 민주화세력 거센 저항에 부닥칠 듯
지난해 7월 홍콩 코우룬 지역에선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홍콩인들이 고가차도까지 가득 메운채 홍콩정부가 추진하던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도 홍콩의 격렬한 시위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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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 1일을 기해 '한 나라 두 체제'인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시행하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고 있는 홍콩에서 홍콩 입법회가 아닌 중국 전인대가 직접 법안을 제정한다는 게 극히 이례적인 데다 홍콩인의 자유를 크게 제약할 게 분명해 홍콩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장예수이(張業遂)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대변인은 21일 밤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인대 회기 기간 ‘홍콩의 국가안전을 지키는 법률제도와 집행체제 건립에 관한 전인대의 결정’을 심의한다고 발표했다.
장예수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이 21일 밤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이번 회기에 심의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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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의 제23조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23조는 ‘홍콩특구는 스스로 법을 만들어 국가 반역과 반란 선동, 중앙정부 전복, 외국단체의 홍콩 활동, 홍콩단체의 외국 연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국가 안전을 구실로 시위 등 홍콩인의 정치적 활동을 대폭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엔 최고 30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홍콩 경찰이 지난해 7월 몽콕 근처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탄 로드에서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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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 2003년 홍콩 정부가 23조를 현실화하는 국가보안법 제정에 나섰다가 50만 홍콩인의 거센 시위에 부닥쳐 입법을 무기한 연기했다. 한데 17년이 지난 이제 중국이 홍콩을 대신해 직접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장예수이 대변인은 “홍콩특별행정구는 중국과는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며 전인대는 최고 국가 권력기관으로서 새로운 정세와 필요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직권을 사용한다”고 말해 전인대가 홍콩 입법회를 제치고 직접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 입법회가 스스로 법을 만들 역량이 안 되니 직접 법제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홍콩정부가 추진하던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홍콩의 노인들도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이전 시위에서 체포된 젊은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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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변인은 이어 “국가적 차원에서 홍콩특구의 국가안전을 지키는 법률제도와 집행체제를 건립해 ‘일국양제'를 견지하는 것은 완전히 필요한 일”이라며 법안 제정 취지를 밝혔다.
이는 ‘일국양제’를 지키기 위해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론 홍콩이 외세와 연계해 중국에 대항하는 반중(反中) 기지가 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 이 같은 활동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중국 국경과 인접한 홍콩의 성수이 지역에서 중국의 보따리상에 반대하는 홍콩인의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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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제정 움직임에 홍콩 시민이 반발해 대규모 시위 사태를 겪자 중국 당국은 홍콩이 갈수록 미국 등 서방 정치세력과 연계해 홍콩의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직접 입법에 나서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관한 결의안 초안은 28일까지 지속하는 전인대 기간 무난히 심의 통과될 것으로 보이며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치면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이 ‘국가 안전’을 내세워 모든 홍콩인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홍콩에 퍼지며 홍콩인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내 계속됐던 홍콩 시위가 재연될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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