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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日에 방역물품 지원한 경주시장 “전쟁 중 적에게도 인도적 지원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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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日과 전쟁 중에 日에 무기 지원해 준 꼴” 비난

자매ㆍ우호도시 나라ㆍ교토…방호복 2,400 묶음 등 보내
한국일보

코로나19 확진자 추가발생 관련 영상브리핑을 하고 있는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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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물자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자매ㆍ우호도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시장이 22일 “전쟁중 적에게도 인도적 지원은 하는 법”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2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우리 경주시가 자매ㆍ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나라시와 교토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데 대해 밤 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래통합당 답다 등 평생 먹을 욕을 밤 사이 다 먹은 것 같다”라면서도 “반일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했느냐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시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좀 드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주시는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기 방호복 1,200묶음과 방호용 안경 1,000개를 항공편으로 보냈다. 이외에도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도 방호복 500묶음과 방호용 안경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해외자매우호도시 및 교류도시 11개국 21개 시에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공유했으며, 이에 교토시는 주 시장의 응원 영상 메시지와 경주시 코로나19 대응 사례집을 유튜브 채널과 역사도시연맹 웹사이트에 소개하기로 하는 등 호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한국 입국금지 한 나라에 방역 물자라니”(에****), “경제보복 당하고 있는 주제에 경제보복 하는 나라에게 할 일이냐”(쫑****), “일본과 전쟁 중에 일본에 무기를 지원해 준 것과 마찬가지”(어****) 등의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반응이 나왔다.

또한 “정부가 일본과 각을 세우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설레발 쳐도 되는 거냐”(마****), “경주시민들도 생활고 겪고 있고 마스크 구하기 힘든데 지역민을 먼저 생각해야 되는 것 아니냐”(A****)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국일보

주낙영 경주시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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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 시장의 해명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하는 것으로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ㆍ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바로 한두 달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시안, 양저우, 칭다오 등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지원받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평소 하찮게 여겼던 마스크가 부족해 대란을 겪었듯, 경제대국 일본이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때 못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 아닐까”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주 시장은 “전쟁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이라며 “더욱이 나라시와 교토시는 역사문화도시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교류해온 사이인데, 특히 나라시는 올해가 서로 자매결연 맺은지 50주년 되는 해고 교토시와는 양국의 천년고도를 잇는 뱃길관광 크루즈사업을 협의 중에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한중일 관계는 역사의 굴곡도 깊고 국민감정도 교차하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관계”라며 “외국에서 많은 손님들이 와야, 다시 말해 열고 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국제관광도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끝으로 주 시장은 “그런 복합적 관점에서 방역에 다소 여유가 생긴 우리 시가 지원을 하게 됐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드리고 싶다”라고 재차 이해를 구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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