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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독] 트럼프, 中 때리며 대만·인도 등에 무기 19조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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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싱가포르에 공급키로 결정한 록히드 마틴사의 스텔스 전투기 F-35B. [사진 출처 = 록히드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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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전략은 경제이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시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압박·고립 정책이 그렇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1년 간 아시아 주요국의 대미 무기구매액을 파악한 결과 무려 1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극단적 충돌을 통해 아시아 역내 불안과 반중 정서를 조성하면서 해당국들을 상대로 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1년 간 미국에서 수 조원의 대량 무기 구매를 채택한 국가는 대만과 싱가포르, 인도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태 지역 신(新)안보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성하는 핵심국들이다.

이들 3국 중에서도 대만은 경우 미국 정부에 가장 큰 '잭팟'을 안겨줬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8월 대만에 80억 달러 규모의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나오기 한 달 전에는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20억 달러)를 팔기로 했다.

이달 들어서는 추가로 1억 8000만 달러 상당의 'MK48 Mod 6 AT' 중어뢰 판매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최근 10개월 사이 미국이 대만에 '육(전차)·해(어뢰)·공(전투기)' 전력 3종세트로 101억 8000만 달러(한화 12조 20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F-16 전투기 판매 결정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과 무기 판매·군사 접촉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은 강하게 대응할 것이고 미국은 그에 따른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서울 면적의 1.2배 크기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상대로도 대형 무기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역시나 전투기다.

미 국무부는 올해 초 싱가포르의 F-35B 구매 요청에 대해 최대 12대를 판매키로 승인했다. 금액은 27억 5000만 달러(3조 3000억원)로 평가된다.

국무부는 판매승인 이유에 대해 "싱가포르는 아태 지역의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과) 중요한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싱가포르를 전략적 우호국으로 판단하고 첨단 스텔스 전투기 판매를 승인한 것이다.

F-35B 모델은 한국·일본이 구매한 F-35A 모델과 달리 단거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국토가 넓지 않은 싱가포르의 지리적 특성이 고려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미·중 패권 전쟁의 틈새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익균형을 추구하는 아시아 국가로 꼽힌다.

트럼프 시대가 열린 뒤 불타오르는 G2 패권전쟁에서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전략적 균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F-35B 모델을 구매하면서 미·중 전쟁에서 미국 쪽으로 균형추가 일부 이동하는 흐름이다.

매일경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대규모 공급계약을 따낸 록히드 마틴의 공격용 시호크 헬기. [사진 출처 = 록히드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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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구매로 아태지역에서 싱가포르는 한국과 일본, 호주에 이어 네 번째 F-35 기종 보유국이 됐다.

한국과 일본, 호주,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스텔스 전투기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경우 중국이 받는 안보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지난 2월 인도를 방문해 30억 달러(3조 6000억원)의 대형 무기 계약을 따냈다.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된 록히드마틴의 공격용 시호크 헬기(24대)와 아파치 헬기(6대)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이 사실을 공개하며 "이번 인도 방문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역대급 무기 판매고를 올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한국은 아쉬움이 남는 시장이다.

한국은 코로나19발 경제대응을 위해 2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1조 4758억원의 국방 부문 본예산을 삭감했다.

여기에는 F-35A 스텔스기 사업 등 미국 무기 구매 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F-35A 기종은 최근 잇단 추락 사고로 기체 결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착륙하다가 추락한 것을 비롯해 작년 4월에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A 전투기가 비행 훈련 중 추락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추락 사고에 대해 미 국방부는 기체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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