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백' 어린이집 원장은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고, 영유아보육법 위반의 벌칙을 적용하거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베이비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례 하나] 인천시의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직접 '페이백’(교사에게 지급한 임금 일부를 현금 등으로 되돌려받는 것)을 요구하지 않고 주임교사를 시켜 회의 때 이야기를 꺼내 동료교사들이 동의하도록 만들라고 지시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협의하고 동의하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례 둘] 경기도의 한 가정 어린이집 교사 채용 면접에서는 '페이백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이 첫 질문이었다. 충청도의 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에서는 교사의 재계약을 조건으로 페이백을 요구했고, 같은 지역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페이백 요구를 거절한 교사가 해고당했다.(공공운수노조 페이백 설문조사, 현장 사례 일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는 사업자와 노동자, 갑과 을의 관계이다. 원장이 보육노동자에게 채용의 대가로 페이백을 요구하면 대부분의 교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3월 페이백 설문조사를 통해, 첫 출근 날 페이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했다. 페이백 요구를 수락하지 않는 보육교사는 괴롭힘을 당하거나 사직을 강요당한다는 게 보육교사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경기도의 한 가정 어린이집 사례와 같이 채용 공고나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페이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육 현장의 페이백 요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어린이집 휴원 이후 더 많아졌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지난달 8일 코로나19로 인한 휴원 이후 어린이집 페이백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두 번째 기자회견과 함께 보육지부가 사례를 접수한 70여 개 어린이집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페이백 신고 이후 보육지부에는 '어린이집 측이 페이백 임금을 반환하며 신고를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여럿 접수됐다. 어린이집이 페이백 임금을 다시 돌려주기만 하면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 "고용 유지 조건으로 협박해 재산상 이익 공여, 형법상 공갈죄 해당"
이종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보육지부가 지난달 8일 연 어린이집 페이백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법률 검토한 부분을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종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지난 1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페이백 금액과 반환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을 저지른 사실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우선 '원장과 보육교사 관계’에서 먼저 해석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원장이 임금을 지급했다가 다시 돌려받는 것은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를 교묘히 빠져나간 것으로 전후 경과를 전체적으로 보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즉, 자발적으로 자신이 받은 임금을 원장에게 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종희 변호사는 두 가지 판례를 소개했다. 먼저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해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해 이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대법원 1997.7.22. 선고 96다 389995 판결)이라는 대법원 판결.
그리고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해 그 임금채권을 포기하거나 이를 사용자에게 증여하는 행위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제주지방법원 1998.8.14. 선고 97가단7157 판결 확정)이라는 제주지방법원 판결이다.
또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고용관계 유지 등을 조건으로 페이백을 요구했다면 이는 보육교사를 협박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하도록 한 것으로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
◇ "원장 자격 박탈 및 횡령액 100배 벌금 등 강력한 처벌 있어야"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도렴동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이백으로 신고받은 약 70개의 어린이집을 신고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원장의 관계’에 따라 법 해석도 가능하다. 어린이집 예산으로 지출된 인건비 또는 보육교사에게 직접 지급된 보조금을 원장이 페이백 받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영유아보육법상 '예산 목적 외 사용’에 해당된다.
이 변호사는 "(페이백 한 돈을) 원장이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거짓이나 그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거나 보조금을 유용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회계감사 실시 사유에 해당하고, 어린이집 원장에게 영유아보육법 위반의 벌칙을 적용하거나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임금체불은 돈을 돌려받으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이 안 된다"면서, "페이백 협박을 공갈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페이백과 관련해 전국 보육교사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2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현장에 만연한 페이백 근절의 어려운 이유로 "불법을 저지른 원장 당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함 지부장은 "많은 보육교사들이 큰 용기를 내 신고한 만큼 제대로 된 조사와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불법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장 자격 박탈 및 횡령한 보조금의 100배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집 운영을 관리·지도하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어떨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베이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페이백) 민원이 있으면 현장 지도점검을 통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교사, 원장 면담을 통해 운영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잡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복지부는 수사 권한이 없어 한계는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저작권자 Copyright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