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토 지음, 흐름출판 펴냄
“속이 후련하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본 시청자 중 다수는 불륜으로 가정을 꾸린 이태오(이해준 분)-여다경(한소희 분) 커플의 파국을 보며 환호했다. 특히 이태오와 그의 전처 지선우(김희애 분)의 관계를 의심하며 무너지는 여다경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통쾌함을 느꼈다. 이 몰입과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단순히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처벌의 결말, 즉 권선징악·사회 정의라는 교훈에 기인한 것일까.
기자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는 그 답을 ‘이야기를 접하는 인간의 뇌’에서 찾는다. 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부, 인기,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능력에 대해 읽게 하고 뇌를 스캔해봤다. 그러자 피실험자의 뇌에선 통증을 지각하는 영역이 활성화됐다. 반대로 누군가의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피실험자에게서는 보상중추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쁘고 똑똑하고 부유한 여다경이 어떻게든 쓰러지는 꼴을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우리 뇌 속에서 벌어지는, 신경과학적인 반응일 수도 있다.
책은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을 뇌과학으로 풀어낸다. 스토리텔링의 고전적 접근법인 조지프 캠벨의 5단계 ‘영웅 신화’(비범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모험으로의 첫 부름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 조력자를 만나고, 시련을 극복해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서사 구조)도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완벽한 플롯 구조지만, 여기에 더해 ‘인간의 뇌는 언제, 어떤 상황에 더 깊이 반응하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과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뇌의 관심을 끌고 유지하게 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작가가 다양한 목적으로 진화해온 도덕적 분노, 예기치 못한 변화, 지위 게임, 특수성, 호기심 같은 신경계의 수많은 기제를 충분히 이해하면 깊이 있고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면서 감정을 건드리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영웅 신화가 하나의 ‘원칙’이었다면 뇌과학적 접근은 ‘이유’에 해당한다. 원칙이 왜 원칙인지 이해하면 그 원칙을 성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접근에 알기 쉬운 설명까지 더해진, 그야말로 ‘독자의 뇌를 자극하는’ 책이다. 뇌과학이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리어왕, 해리포터, 스타워즈 등 익숙한 고전 명작이나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이 예시로 풍성하게 제시돼 있어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1만 6,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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