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코로나 경제에 충격…조정 불가피
회복 이후 풀린 유동성 향방 주목
서울 대규모 공급 ‘재건축’이 핵심
매년 1만가구는 돼야 강남 안정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은 조정을 거친 뒤 더 견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
“경제가 애매한데 유동성이 넘치면 돈은 결국 ‘될 만한 곳’으로만 갑니다. 단기적으로 가격 부침이 있겠지만, 결국 2~3년 안에 강남을 비롯한 서울에 다시 돈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동성의 힘은 더 커질 겁니다.”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학교에서 만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침체 양상이 뚜렷한 서울 주택시장에 대해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경제가 성장할 때는 전국이 오르지만 지금은 선택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 위기 이후 대도시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오는 28일 대한상의에서 열리는 ‘헤럴드부동산포럼 2020-코로나19 시대 주택시장 변화와 바람직한 정부정책’에서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한다. 그는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언론에 자문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도시공학 학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토도시계획학회와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이사,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부에서 수행하는 신도시와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국책사업에도 다수 참여했다.
심 교수는 당장은 집값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선진국 대도시는 이미 3~4년 전부터 조정받기 시작했는데, 한국은 정부 정책이 꼬이면서 ‘동결 효과’(집주인이 세금 등의 이유로 부동산 처분을 기피함으로써 시장에 물량이 나오지 않고 거래가 동결되는 효과)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며 “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코로나19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해지면 현재의 급매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인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심 교수는 “기업도산이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 바닥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남권 단지는 10~20% 더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정을 거쳐 시장은 더 견고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등 형태는 외환위기 V자, 금융위기 L자의 중간 정도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20여차례 쏟아내며 ‘강남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심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오히려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된 ‘재건축’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에서 공공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용산에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핵심을 벗어난 정책이라는 게 심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용산의 8000가구는 사실상 강남 재건축 단지 1곳의 규모와 같을 수 있고, 도심 내 자투리 부지를 활용한 100~500가구 공공주택은 거의 공급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서울 시민이 원하는 것은 1000~2000가구 대규모 단지라는 점에서 건드려야 할 것은 재건축”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략 1만가구가 입주하면 한 지역을 평정하는 효과가 있다”며 “강남을 안정시키려면 1만가구를 매년 그 지역에 집어넣으면 된다”고 했다.
정부 규제로 인해 ‘주거 사다리’가 사라진 것은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심 교수는 “대출 규제는 근본적인 문제인데, 몇십 년간 20평에 살다가 30평에 가겠다는 사람을 투기꾼이라고 볼 수 없다”며 “투기꾼을 잡기 위해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사하려는 실수요자의 길까지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복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는 만큼, 주택 규제도 OECD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한 가격 규제를 하는 선진국은 없다.
심 교수의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제언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리는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0’에서 들을 수 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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