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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옴짝달싹 못하는 저축은행…‘3중고’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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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경쟁력 실종

여신 경쟁자 등장

규제 올가미 여전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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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 속 금리 경쟁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신용협동조합(신협)이 여신 구역 확대를 꾀하며 새로운 경쟁상대로 급부상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은 규제로 인해 팔다리가 꽁꽁 묶여 있는 상태다.


22일 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1.94%로 나타났다. 지난 2월(1.99%) 처음으로 평균 금리가 2.0% 밑으로 내려온 뒤 줄곧 하향세다.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이제 신협과 새마을금고에도 밀린다. 3월 말 신협의 1년 정기예탁금 금리는 2.03%, 새마을금고 금리는 1.98%였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금리는 2.25%로 신협(2.16%), 새마을금고(2.12%) 보다 높았다.


이처럼 저축은행 금리가 떨어진 건 지난 3월16일 한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자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신금리만 그대로 두면 마진이 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신금리를 일부 조정한 것이다. 반면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는 조합원 출자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덜 받았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돈 줄이 막힌 기업들이 너도나도 저축은행을 찾아와 돈을 빌려가면서 대출금리가 떨어진 영향도 있다고 한다. 은행에선 돈 빌리기 어렵지만 저축은행 입장에서 보면 우량 기업이 5~6%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갔다는 후문이다. 저축은행의 3월 말 기업대출 금리는 평균 6.62%다. 가계자금대출 금리도 14.67%로 역대 최저 수준인데 법정 최고금리인 24.0%보다 거의 10%포인트 낮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수신 고객을 끌어와야 하니 2.0% 금리는 유지해야 하고 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는 내려가니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여ㆍ수신 금리 차이가 유지되면 대출자산은 늘겠으나 마진 남는 게 없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신협이 광역화돼 여신확대에 나서면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고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협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여신 업무를 광역화 해주기로 했다. 현재 시ㆍ군ㆍ구 단위에서만 대출 영업을 하는 신협은 앞으로 서울, 인천ㆍ경기 등 광역 도시 전체에서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저축은행에 버금가는 대형 신협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지역 신협은 이미 수신은 충분히 쌓아 놓은 상태인데 대출해줄 곳이 없어 안달이 나 있다”며 “여신 범위가 확대되면 고신용자 대출, 기업대출 쪽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과거 대규모 부실 사태 등 ‘원죄’로 인해 저축은행엔 항상 규제의 올가미가 채워져 있다. 오죽하면 “상호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 탄생 이후 지난 40여년 간 쌓아온 규제의 산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금지와 영업권 제한이 대표적인 구시대적 규제로 손꼽힌다.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저축은행을 대형사가 인수해 재무구조 등을 개선하고, 지역에서 다시 제대로 영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A 금지와 영업권 제한 같은 해묵은 규제로 사업 규모를 더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가 없다”며 “규제산업인 금융업에서도 저축은행은 규제에 발 묶여 꽃 피워보지도 못하고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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