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는 한 달에 한 번 목격…신고하는 경우는 절반 안돼
국내 수의사들은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자주 접하지만,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것은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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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의사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목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 연구팀이 최근 학술저널 ‘애니멀즈’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국내 수의사의 80% 이상이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를 접하지만, 절반 이상은 당국에 신고를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8년 수의사 593명에게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하여 분석한 것으로, 국내에서 동물학대와 관련한 수의사들의 인식 조사로선 처음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목격한 수의사는 응답자 중 86.5%에 이르렀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수의사(59.6%)가 한 해에 1~3차례 접한다고 밝혔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접한다는 수의사도 11.1%에 달했다.
연구팀은 “동물학대 의심 사례 목격 비율은 미국 수의사 대상 연구(87%)와 비슷하지만, 뉴질랜드(63%)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의 높은 비율은 최근 들어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동물학대가 이슈가 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접했을 때 조사 대상자의 74.6%는 보호자와 상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관계 당국에 신고를 하겠다는 응답자는 48.6%에 그쳤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70%가 현행 법률과 경찰 시스템이 학대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대답했다며, 관련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은 점을 지적했다. 현행법상 동물학대를 목격하면 신고해야 하지만, 처벌 규정은 없어 강제력은 없다.
연구팀은 “2013년에서 2018년 사이 동물학대 범죄가 3.3배 늘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고 동물보호 의식이 확산되면서 수의사들은 동물학대를 막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무엇이 동물학대이고, 어떻게 동물학대에 개입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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