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美행보 예의주시하면서도 구체화된 내용없어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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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수면 아래 있었던 미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이 급부상했다. EPN 구상은 지난해 말 미ㆍ중 무역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ㆍ중 간 충돌 양상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양국 간 EPN 관련 논의가 구체화할 경우 한국 정부에 매우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도 제2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중 관계가 한국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데다 화웨이 불매 동참을 비롯한 미국의 탈중국 요구 압박을 수용할 경우 중국이 우리 기업을 향해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PN 구상을 둘러싼 우려는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20일(현지시간) 아시아ㆍ태평양미디어허브 특별전화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으로 비롯됐다. 그는 지난해 11월6일 서울에서 열린 제4차 한ㆍ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언급하면서 "미국, 한국 등 국가 연합을 위한 EPN 이니셔티브에 관해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크라크 차관과 이태호 2차관은 당시 양자 경제관계를 포함해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방안 등을 논의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었다.
특히 크라크 차관은 '민주적 가치'와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반중전선' 참여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EPN은 입장이 비슷한 국가나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로 구성되고 민주적 가치에 따라 운영된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위대한 동맹이며 깊고 종합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대한 기회(great opportunity)를 한국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구상 단계일 뿐 구체화한 내용이 없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힐 단계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미 간 EPN 관련 논의가 구체화할 경우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포드 미 국무부 국제 안보ㆍ비확산 담당 차관보까지 나서서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술회사들이 야기하는 위협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진정으로 믿을 만한 공급자들을 점점 더 찾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믿을 만한 공급자들에게 기회를 창출할 것이고 여기에는 한국의 삼성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국에서 해당 소관 업무에 대해서는 면밀히 주시를 하고 대응방안 등도 내부적으로 마련해 나가고 있다"면서 "외교부가 지난해 출범시킨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논의도 되고 검토도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회의를 가동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 작업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ㆍ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조치 등 국제정세 급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외교전략조정회의는 12월30일 2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올 들어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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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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