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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로열층은 6~8층·文대통령 기받는 325호…21대 의원 방 배정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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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상징 615호 박지원 이어 DJ 3남 김홍걸 입주

325호는 재선 권칠승 차지…10층도 옥상 가까워 인기

중진들 로열층 차지…選數별 수요 겹칠땐 나이순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회관도 새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의원회관의 소위 '명당' 자리를 놓고 선후배 의원들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작전이 벌어지는 등 의원들마다 정치적 의미가 있는 방번호를 배정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역대 대통령이 사용한 방도 누가 배정될지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일단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방 배정이 끝났다. 이를 계기로 의원회관 방배정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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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정체성 드러내는 '방 번호'

새 국회가 열릴 때마다 주목받는 것은 '방 번호'다. 의원의 정체성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하는 615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비례대표 당선자가 물려받는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12년 동안 머무른 곳이다. 광복절을 뜻하는 815호는 재선에 성공한 박찬대 의원이 사용한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호는 민주당 호남 당선자들이 '0순위'로 거론됐지만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연이어 지내기로 했다.


역대 대통령 거친 '기 받는 방'… 접근성도 고려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방도 관심사다. 3층은 저층으로 전망은 나쁘지만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배출해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곳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19대에 쓰던 325호에는 재선의 권칠승 의원이 들어온다. '325'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5월 23일을 뒤집은 번호다. 이 전 대통령이 쓰던 312호에는 초선의 고영인 당선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545호에는 21대 비례대표 당선자인 이수진 최고위원이 입주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328호에는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들어올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638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조오섭 당선자가 차지했다.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다. 의원회관은 'ㅂ'자 형태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은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휠체어를 타는 이상민 의원과 최혜영 당선자는 엘리베이터 근처의 401호와 647호를 각각 받았다. 반면 최고층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10층은 초선인 장경태ㆍ장철민ㆍ김남국ㆍ오영환ㆍ전용기 당선자가 사용한다. 경호도 용이하기 때문에 탈북자 출신 미래통합당 당선자들의 입주 가능성이 점쳐진다.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쓴 태영호 통합당 당선자는 이번에는 10층에서 의정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성호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19대에선 탈북자 출신 조명철 전 의원이 10층을 사용했다. 대신 전망이 좋고 옥상의 휴식공간과 가까워 20대 국회에선 이해찬 대표가 머무르기도 했다.


명당 놓고 경쟁… 불운의 방은 사라지기도

자리 수요조사는 보통 선수별로 이뤄진다. 같은 선수에서 선호하는 방이 겹치면 나이순으로 배정하게 된다. 층수나 방 번호로 선호도가 갈리기 때문에 '명당'을 놓고 경쟁하는 일도 벌어진다. 의원들 사이에서 6~8층은 국회 분수대가 보이는 등 전망이 좋고 이동이 용이해 로열층으로 꼽힌다. 주로 중진의원들이 이곳을 차지한다.


반면 불운의 방도 있다.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444호'는 19대 국회부터 아예 사라졌다. 이 방을 사용한 16대 김낙기, 17대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은 재선에 실패했다.


자리배치로 당내 계파 구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20대 국회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가 위아래 층에 집결하기도 했다. 당시 친박계로 분류됐던 원유철ㆍ서청원 의원은 6층에, 반대로 김무성ㆍ강석호 의원은 7층에 자리를 잡은 바 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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