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선(先) 행정안전부 등 당국의 조사 결과 확인, 후(後) 당선인 거취 포함 결론 확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원칙에서다. 무차별 의혹 제기와 폭로에 맞서 사실을 앞세우는 것이 일리가 없진 않다. 하지만 정의연 등 시민단체 운영과 회계에서 도덕적으로 문제 될만한 사실이 이미 여럿 확인된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면 으레 했던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없는 것도 비판받을 대목이다. 혹여 윤 당선인의 30년 위안부 운동 공헌과 정의연 등 시민단체의 운동 대의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거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런 온정주의적 태도가 여론을 더 악화하고 운동의 역사와 대의를 더 훼손할 수 있다. 시민운동의 힘은 국민 다수의 지지와 응원에서 나온다. 그것을 잃으면 운동은 지속할 수 없다. 당은 즉각 진상조사단을 꾸려 의혹의 진위와 책임의 크기를 가려야 할 거라는 김 의원의 지적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오는 25일 예정된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까지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한다. 김영춘 의원의 진단으로는 '거대 여당이 국정과 당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 국민들이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사안을 너무 오래 끌고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번 논란이 커지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 스스로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미흡하고 모호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심지어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해명 번복까지 있었다. 당사자 해명의 설득력과 신뢰도는 이미 크게 깎였다. 더는 개인에게만 맡겨 둘 사안이 아닌 것이다. 요지부동하는 민주당이 무책임해 보인다. 선거를 치르는 국면이었어도 이랬을까 싶다. 선거가 끝난 뒤여서 태도가 다른 거라는 의심이다. 총선 대승 후 민주당은 슈퍼 여당의 겸손을 약속했다. 최근 민주당이 그리 겸손해 보이지 않는다. '조국 사태' 때 힘이 되어준 심상정 정의당 대표까지도 윤 당선인의 재산 형성 과정 의혹에 대해선 민주당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더 미적대다간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