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 장애인 참정권 침해 인권위 집단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05.22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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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장애인 100명이 지난 4.15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와 본투표 당시 참정권이 침해 당한 경험을 밝히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개선을 요구하는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시급히 근본적인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지난 21대 총선 당시 전국에서 발생한 장애인 참정권 침해 사례 102건을 담은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장추련은 1층에 이동약자를 위한 투표소가 마련되고, '장애인 투표소 접근이 93% 이상 가능하다'는 선관위의 답변에 기대하고 있었지만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차별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1층에 기표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장애인들이 모두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표를 찍은 용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투표함에 대신 넣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며 "후보자의 정보를 열람하고, 표를 찍어 투표함에 넣는 전 과정이 참정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문원정씨도 "후보자 토론회 때 수어통역사가 1명 뿐이라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각각 무엇을 주장하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며 "후보자 옆에 1명당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그 사람의 명확한 공약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하거나 이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마련한 임시기표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이 비치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배재현씨(지체장애인)는 "투표소의 경사로가 너무 가팔라서 외부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해야 했다"며 "정식기표소와 달리 임시기표소에는 세정제나 비닐장갑 같은 방역물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배제와 차별은 결국 참정권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반영하는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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