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현장에서]아쉬움 남는 서울시·경기도의 농협 몰아주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시·경기도, 학생당 4만~5만원 농협몰 포인트 제공

255만 회원 가입, 1200억 매출로 농협 e커머스 사업 날개

전통시장 모바일 쿠폰 등 다른 대안 고민 없어 아쉬워

이데일리

이성희(오른쪽 첫번째)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외광장에서 농축산물 꾸러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농협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서울시와 경기도의 지방자치단체들 ‘몰아주기’ 덕에 단번에 수십만 고객을 확보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서울시를 필두로 여러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학생 꾸러미) 지원사업 얘기다. 학생 꾸러미는 등교 연기로 쓰이지 않은 급식 예산을 활용해 초·중·고 학생 가정에 농산물 꾸러미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급식 납품이 끊겨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고 학생들의 먹거리 건강을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서울시 등을 비롯해 15개 시·도와 1개 군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1335개교 86만명의 전체 학생 가정에 1인당 10만원 상당의 농식품 바우처를 제공한다. 10만원 중 6만원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친환경 쌀과 식재료 꾸러미를 각각 3만원어치씩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주고 나머지 4만원은 농협의 온라인 쇼핑몰인 농협몰 포인트로 지급한다.경기도 역시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등 169만여명에게 1인당 10만원 상당 바우처를 지급한다. 경기도 역시 하나로마트에서 현물 꾸러미를 살 수 있는 5만원짜리 쿠폰과 5만원어치 농협몰 포인트를 준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농산물 꾸러미 사업자로 선정한 곳은 농협이다. 통상적으로 지자체가 이같은 사업을 시행하려면 입찰 절차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농협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데일리

박원순(가운데)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학생 식재료 꾸러미 지원 사업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자체측은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전국적인 학생 꾸러미 사업을 추진 중인데 농협이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며 “사안의 시급성을 따져 농협과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도 계약의 목적·성질·규모·지역특수성 등을 고려해 필요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민들의 협동조합이고,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췄다는 점에서 농협을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온라인 물품구매를 농협의 온라인 쇼핑몰로 국한한 것이다. 농협은 지난해 온라인마케팅본부를 신설하고 e-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경쟁이 치열해 신규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와 경기도 덕에 200만명이 넘는 신규 회원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액도 상당하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학생 꾸러미 예산은 각각 860억원, 1700억원 가량이다. 서울시는 40%, 경기도 50%를 농협몰 포인트로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농협몰은 앉아서 1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한 셈이다. 포인트 지급 첫날인 지난 19일 접속자 폭주로 수천명이 대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교육청과 함께 추진한 이번 학생 꾸러미 사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는 한편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지를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사업이다. 하지만 농산물로 구매물품을 제한하는 대신 전통시장에서 사용가능한 전자화폐나 여러 온라인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했다면 불필요한 잡음을 피하고 보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데일리

농협몰 홈페이지 화면.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