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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고의적 강력범죄 피의자는 벌금형…운전 중 과실은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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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처벌 논란 ‘민식이법’ 찬반 논란 여전

세계일보

지난 21일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불법 유턴을 하던 차량에 치여 숨진 전북 전주시 반월동 한 어린이 보호구역. 뉴스1


전북 전주에서도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가해 차량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는 피의자의 범죄사실 성립 여부 및 피해자 측 과실 여부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는 등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전주지법 영장전담 형사2단독 최형철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특정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5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 부장판사는 이날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피해 아동이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지만, 피의자가 사고 경위 및 과실을 인정하고 증거가 충분히 수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범죄사실 성립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고, 피해자 측 과실 여부, 피의자의 전과 및 주거, 가족관계, 합의 가능성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21일 낮 12시 15분께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변에 서 있던 B(2)군을 자신이 몰던 산타페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불법유턴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B군은 버스정류장 앞 갓길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다. B군의 엄마도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당시 A씨 차 속도는 시속 30㎞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블랙박스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사안이 중대한 만큼 A씨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와 B군 부모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B군의 엄마는 현재 극심한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식이법 위반으로 처음 적발된 사례는 지난 3월 경기 포천시에서 나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포천시의 한 스쿨존에서 11살 어린이를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로 운전자(46)가 불구속 입건됐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팔이 골절돼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으며, 사고를 낸 차량의 시속은 39㎞로 확인됐다.

올해 3월부터 적용된 '민식이법'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운전자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3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한편 '민식이법'이 지난 3월 발효한 가운데 스쿨존 내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스쿨존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어린이가 속출하는 가운데, 과실범인 민식이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다른 범죄에 비해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35만4857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존 판례를 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운전자 과실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식이법 과잉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사고 발생 때마다 들끓는 모양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법의 형평성"이라며 "의도적인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운전 중 과실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게 과도하다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진 민식이법으로 형이 확정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추후 법원의 양형기준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불가피한 사고를 낸 운전자가 과도한 형을 받는다면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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