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소비하는 법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 3월8일 휴일임에도 서울 한 영화관의 좌석 대부분이 빈 채 한산하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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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1일부터 5월5일까지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찾은 관객 중 홀로 영화를 본 사람의 비율은 16%였다. 둘이 함께 온 경우가 56.3%로 가장 많았고, 3인 이상도 27.7%였다. 꼭 1년 만에 ‘지각변동급 변화’가 일어났다. 올해 같은 기간 CGV를 찾은 ‘1인 관객’ 비율은 28.1%로 급증했다. 반면 3인 이상이 함께 온 비율은 13.4%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사회의 일상 전체를 바꾸고 있다. 극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연인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데이트 코스였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았던 극장은 이제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가 됐다.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10% 이하로 줄어들었고, 극장이란 공간은 함께보다는 혼자가 더 알맞은 곳으로 변했다.
이른바 ‘혼관’(혼자 관람)은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혼관’ 비율은 이전부터 서서히 증가 추세였다. 코로나19 사태는 그 추세에, 다시 돌이키기 힘들 정도의 동력을 준 격이었다.
‘혼관’은 극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 오모씨(45)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보다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한다. 커다란 스크린같이 압도적 느낌은 없지만,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 최신작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건 요즘 극장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하다. 코로나19 감염 걱정 때문에 마스크를 쓸 필요도 없고, 옆 사람을 의식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올해 1분기(1~3월) 실적에 따르면 전 세계 유료회원 수는 1억8286만여명으로 지난해 4분기(1억6709만명)보다 1577만명 늘었다.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대 유료회원 수 증가(960만명)를 가볍게 넘어섰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696만명이 늘어 가장 많았고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360만명이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국가별 회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 OTT 왓챠플레이의 코로나19 유행 전후 시청량 추이를 봐도 변화가 확연하게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국에서 발견되기 직전인 1월19일 왓챠플레이 시청량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3월8일에는 70%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과 진정 국면을 따라 시청량 증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시청량으로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우리는 ‘과거의 극장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이달 초 ‘황금연휴’ 기간에 CGV가 회원 105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실마리가 들어 있다. 연휴 기간 중 영화관을 찾은 회원들에게 ‘방문 이유’를 묻자 48.6%가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해서”라고 대답했다. 또 영화 관람을 고민했지만, 결국 찾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방문 이유’를 묻자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란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느냐 마느냐는,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 그러니까 콘텐츠에 달렸다는 의미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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