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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받은 한국전 참전용사 “아직도 생각해주다니…”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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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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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리를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습니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소도시 아뇨에 사는 80대 폴 로랑 씨는 최근 우편함을 보다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봉투를 안에는 푸른색 마스크 4장이 들어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용 마스크였다.

봉투에는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의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대사관은 24일(현지 시간) “한국전쟁에 참석한 148명의 프랑스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감사의 표시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를 4월부터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지난달 1차로 일부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발송했다. 이달 22일부터 나머지 참전용사와 유가족, 보훈병원에 마스크 2만 장을 보내면서 프랑스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대사관과 일간 웨스트프랑스에 따르면 로랑 씨는 1952년 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해 중사 계급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1952년 한반도에 도착한 그는 미군 2사단에 배속된 프랑스군 소속으로 약 1년 간 각종 전투에 참여했다.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에 대항한 참호전이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로랑 씨는 “당시 프랑스인 3400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274명이 전사했다”며 “이중 찾지 못한 44명의 유해는 아직도 가족 품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953년 10월 한반도를 떠나 당시 프랑스의 또 다른 전쟁터인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이후 1974년에 전역한 그는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해왔다. 그는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면서도 1989년, 2013년에 한국을 찾아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로랑 씨는 “당시 참전용사들이 없었다면 (한국이) 공산화됐을 것이라는 점을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기에, 항상 우리를 생각해주는 것 같다”며 “한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잘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채널 프랑스3도 이달 22일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마스크를 전달받은 또 다른 한국전 참전용사 미셸 오즈왈드(88)씨의 사연을 보도하기도 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8만 명이 넘고 사망자가 3만 명에 육박하면서 마스크 등 방역장비는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마스크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은 27일 대사관 경내에서 로랑 씨를 포함한 3명의 참전용사를 초청해 조촐한 마스크 전달식도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해 최소한의 인원만 초청할 계획이라고 대사관 측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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