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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南 ‘5·24조치 사문화’ 카드에 핵무력 강화로 답한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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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회의 주재 / 내부 결속 도모·대미 압박 의도 / 정부, 환상 버리고 현실 직시해야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무력기구 편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매체들은 어제 “(회의에서)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리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총참모장인 박정천을 군 차수로 승진시키는 등 군 고위급 인사도 단행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보도일 기준으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22일 만이다.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 회의를 주재한 건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되고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군을 중심으로 내부결속을 꾀하고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대미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위협이다. 미사일 개발 분야 핵심 인물인 리병철과 포병국장 출신인 박정천의 승진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리병철은 2017년 7월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북한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간주된 ‘화성-14형’ 1·2차 시험발사 당시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함남 신포 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쓰이는 수중사출장비가 식별되고 있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북한이 SL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ICBM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한 대목은 남측을 겨냥한 위협일 것이다.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한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간 걱정이 아니다.

딱하게 된 건 정부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 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한 건 정부의 ‘5·24조치 사문화’ 카드에 대한 거부의사로 볼 수 있다.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북한 호응을 이끌어내려고 20일 천안함 폭침에 상응한 대북제재인 5·24조치의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핵무력 등 군사력 강화’로 응답한 것이다. 북한이 남측을 무시하는데도 정부의 ‘대북 짝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이런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은커녕 국가안보 기반을 허물 뿐이다. 이제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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