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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하늘길 닫힌 항공업계, M&A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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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3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주기장이 텅 비어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국내선 공급을 늘리는 상황에서 에어부산은 오는 7월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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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놓고 포기설·재매각 등 소문 무성
자금 준비 마무리한 현산 “일정대로” 당국선 ‘포기 시나리오’ 준비
정부 “일단 예의 주시”…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 역시 ‘지지부진’

국내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제주항공은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 계획에 변함이 없다지만 업계 안팎에선 항공업 불황에 따른 인수 포기설까지 흘러나온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당분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관리하다가 업황이 좋아지면 재매각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언제 정상화될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더라도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현산은 최근 37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준비를 마무리하는 한편 로펌 등을 통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돌려받을 가능성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2차 유상증자 시 발행가를 낮춰 현산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현산은 지난 4월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 연기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의 기업결합 심사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산 관계자는 “일정대로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산 측에 인수 의사와 진행 일정 등을 담은 공문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면서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 중 102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회사 운영자금까지 유상증자로 마련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올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스타항공은 국제·국내선 운항을 올스톱했고 임직원의 급여조차 주지 못할 만큼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 측에 사재 출연 등을 통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스타홀딩스 측은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국내 항공사의 M&A가 무산되거나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수자 입장에서는 경영난 해소를 위해 사전 인력 구조조정 등을 바라는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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