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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막나가는 우정사업본부, 공공개혁 시급성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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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막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기금이지만 전문성을 높이기보다 조직 보신을 앞세운 게 과기정통부 감사로 드러났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연구용역에서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자산 운용에 전문성·투명성을 높이려면 기금 운용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자, 우본이 이를 뒤집으려고 금품 로비를 한 게 적발된 것이다. 용역을 맡은 교수 회유에 나선 것은 물론 그 과정에 비용을 지원한 기금 위탁운용사의 수수료를 올려주려던 게 밝혀져 관련자가 경찰에 고발당했다. 하지만 아직 자산운용 조직에 어떤 개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우본의 비리나 기금 관리 부실은 최근에 시작된 게 아니다. 이미 2013년 기업어음 매매 때 적정 가격을 확인하지 않아 수백억 원의 기회 수익을 날렸다는 지적을 받았고, 2015년엔 자산운용 실무자가 부당한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작년엔 내부 비리를 공익제보한 직원 뒷조사와 함께 인사 불이익을 위협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과태료를 부과받고도 관련자 처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본이 금융자산 관리 부실로 손실을 내면 법에 따라 국가가 지급 책임을 지게 된다는 데 있다. 결국 국민 혈세로 펑크 난 부분을 메워야 한다. 우본의 비리를 일부 조직원의 일탈로만 보긴 어렵다. 그보다는 순환 이동하는 보직 체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이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면서 불거진 구조적인 문제다. 사실 우본 문제는 공공기관·공기업 등 많은 공조직에 내재된 것이다. 공공부문 내 불법을 조장하거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고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과감하게 자금 운용 조직을 독립시키고 외부·민간 전문가를 수혈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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