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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배후 세력" vs "진심 왜곡"… 정치권, 이용수 할머니 대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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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정의연 자리 대신 차지하려는 것" / 야권 인사들 "할머니 진심 왜곡·폄훼 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놓고 26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종일 대필논란이 벌어졌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날 서울교통방송 TBS 라디오에서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전날 이 할머니가 미리 준비해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기자회견문에 대해 “할머니가 직접 쓴 게 아닌 것이 명백하다”며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예컨대 ‘소수 명망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정치권 용어로, 일상 용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할머니 주변에 또다른 이용 세력

김씨는 “(문서에는) 정대협에 맡기지 말고 대신 누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저한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있다’는 표현이 있다”며 “그분들이 정의연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려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1차기자회견때 이 할머니와 함께 현장에 나타났던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 ‘배후설’도 거듭 제기됐다.

김 씨는 26일 ‘뉴스공장’에서 전날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 “지금까지 할머니가 얘기한 것과 최 대표의 주장이 비슷하고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위안부는 정신대가 아니다, 정신대는 공장으로 갔다’며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대중화되기 전, 위안부 문제가 ‘정신대 문제’로 통칭돼 온 사실을 오해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김씨는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드린 것 같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근로정신대’ 문제를 내세우고 위안부 운동을 하고 있다는 논리로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했고, 취재진 등 청중은 갸우뚱한 반응이었다. 김 씨는 “할머니가 굉장히 뜬금없는 얘기를 하셨는데 여기서부터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며 “정대협은 일관되게 위안부 문제에 집중했고 강제징용을 이슈로 삼았던 단체는 따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아시아태평양유족회 회장을 지내며 강제동원 이슈를 주제로 활동해온 것을 겨냥한 것이다.

세계일보

방송인 김어준씨. 뉴스1


◆회견문 작성은 측근 곽모씨

이 할머니 회견문 대필 논란이 커지던 가운데, 이 할머니 측근인 한 중년 여성 곽모씨가 대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온라인매체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졌다.

곽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령의 엄마(이용수)가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만 했지 정리해본 적은 없다"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내가 대신 정리해 썼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곽씨는 또 “어머니도 지난번 기자회견의 파장에 대해 잘 아시기 때문에 (대신 쓰는 것을 동의했고) 어머니가 꼭 하고 싶으신 말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곽씨는 또 기자회견을 앞두고 입장문이 두 개 작성됐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먼저 기자회견문 초안을 작성했다면서 “그쪽 초안을 봤는데 (어머니가) 평소에 하신 말씀이 있기는 하지만 분쟁으로 갈 것 같았다”면서 “윤미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두 번씩 싸우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다시 정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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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전 서울송파병후보


◆“할머니 진정성 훼손 말라” 야권 비난

대필 논란에 대해 야권에서는 본질이 아니라며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여권인사들이 나서서 이 할머니의 진심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김어준 씨 방송을 두고 “지긋지긋한 음모론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의 진심을 왜곡하려는 자는 이미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낸 할머니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준 윤 당선자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통합당 김근식 전 서울송파병후보도 “할머니의 진정성을 물타기하기 위해 여권 나팔수 인사들이 말도 안되는 궤변을 쏟아낸다”고 비난했다. 그는 “설사 누구의 조력을 받았다해도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중요 이슈에 대해 문건을 작성하거나 회견내용을 미리 준비할 때는 자기 주장과 입장을 가지고 주위의 좋은 분들과 상의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위의 조언과 자문을 받는건 자연스러운거고 결국 최종 오케이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어제 할머니의 또렷한 기억과 논리와 일관성있는 주장은 본인의 입장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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