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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환율전쟁에 홍콩보안법까지…산업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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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갈등·무역 분쟁 격화로 수출 감소 등 타격 미칠까 긴장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환율 전쟁을 포함한 본격적인 무역 전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상승이 당장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중국간 분쟁이 갈수록 격해지고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최근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 강화를 예고한 데 이어 홍콩보안법이 미중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하는 등 미중간 일촉즉발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환율전쟁' 벌어지나…위안화 전격 절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위안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전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270위안(0.38%) 오른 7.1209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28일 이후 최고치로, 이날 위안화 가치 절하폭은 지난 4월 16일 이후 최대였다. 2020.5.26 hwayoung7@yna.co.kr (끝)



◇ 산업계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은 제한적"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장에서 경쟁 수준 상위 10%인 한국 제품의 수출은 0.6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전자제품, 기계류, 철강산업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산업계는 당장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제품들도 대부분 달러를 통해 결제가 이뤄져 우려하는 것보다 위안화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원화의 경우 위안화와 동조하는 경향이 있어 위안화 환율이 오르면(위안화 가치 하락) 일시적인 원화 약세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나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스마트폰이 삼성전자[005930]와 화웨이가 1, 2위를 다투는 정도이지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는 중국 기업과 우리 기업간 경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환율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도 "한국 제품과 중국 제품은 그동안 가격으로 경쟁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제품이 중국보다 품질이 우수해 다소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구매했던 것"이라며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위안화 가치 낮춘 중국…첨예한 '미·중갈등'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5.26 hwayoung7@yna.co.kr (끝)



◇ 미중간 무역 분쟁 악화 여부에 '촉각'

산업계는 위안화 가치 하락보다는 최근 악화하는 미·중 간 무역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양대 강국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샌드위치' 신세인 국내 기업들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앞서 우방국들로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경제번영 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대중국 수출 감소나 미국에 대한 투자 압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중 환율 전쟁이 심화되면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져 우리 기업들에는 전반적으로 비우호적인 환경이 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는 위안화 절하가 중국 정부 개입의 결과가 아니라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설사 후자라고 해도 미국이 무역갈등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처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본격적인 환율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상호 간 강도높은 무역 제재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 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단 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 업계의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화웨이지만 환율 갈등이 격화하면 제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형 거래선이 타격받으면 연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미중 분쟁 격화는 장기적으로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에 따른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가공해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는 각종 소비재에는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생산한 석유화학 제품이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돼 중국의 수출길이 막히면 연쇄적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매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곤두박질쳤던 유가도 오르며 업황 개선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는데 미중 갈등 격화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미중 무역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이 많이 따라왔지만 국내 철강사들이 여전히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어 중국과 수출 품목이 겹치지는 않는다"면서 "당장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미·중 간 갈등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중국의 수출품이 아닌 만큼 위안화 평가 절하 등 무역·환율 전쟁에서 당장 영향은 크지 않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오히려 중국 내수경제 부양효과가 있을 경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경기 개선이 곧 현대기아차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TV 제공]



◇ '홍콩보안법' 유탄 맞나 긴장

반도체 업계 등은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인 홍콩보안법에 주목한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무역과 투자 등과 관련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이번 주중 강력한 대응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홍콩 수출액은 319억달러에 달한다. 중국과 미국, 베트남 다음으로 4번째 수출국이다.

우리나라의 홍콩 수출 가운데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9.8%, 55.5%로 수출 비중이 특히 높다.

특히 홍콩은 대중국 수출의 중요한 우회지다. 2018년 기준 홍콩에서 수입한 한국 제품 가운데 82.6%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이 세계 3위 금융허브인 만큼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무관세 혜택 및 낮은 법인세, 중국과 직접 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 등의 이점이 있어서다.

홍콩으로 가는 물량의 상당수가 중국을 목적지로 하는 만큼 홍콩과 본토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 이유진 연구원은 "지난해 홍콩송환법 때와 달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의식해 더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미·중 간,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해 물류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한국 수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실제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홍콩이 물류나 금융허브로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한국 수출 전략도 다시 정비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홍콩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공급 차질 등 최악까지 갈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물류비 증가 등의 불편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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