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가 발단된 점 공통적 / 1992년 부시 대통령 LA에 연방군 투입… 트럼프도 ‘검토’
흑인 질식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 5월 28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도심에서 차량에 불을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
31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주민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숨지게 한 사건에서 비롯한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방화, 약탈 등 폭력사태로 변질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가해 경찰관을 3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막는 데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수도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소 20개 도시에서 파괴와 체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위대가 질식사한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숨을 쉴 수 없다’를 구호로 외치는 가운데 경찰은 최루탄 등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하고 바리케이드를 치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8일 한 흑인 여성이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시위가 격화하면서 주방위군이 소집돼 출동하는 등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 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니애폴리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겨냥해 ‘폭도’라는 단어를 쓰며 “미니애폴리스에서 폭도의 80%는 미네소타 주 외부에서 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법의 지배는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 행정부는 폭도의 폭력을 멈추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시위 진압에 연방군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필요한 경우 연방정부가 개입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경고했다.
국내, 그리고 미국의 한인사회는 1992년 LA에서 일어난 로드니킹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피해가 미국 내 한인사회로 번질까봐 염려하는 모습이다.
1992년 5월 미국 내 로드니킹 사건 속보를 전한 국내 일간지 1면. 온라인 캡처 |
1992년 4∼5월 LA를 뒤덮은 로드니킹 사건은 한 해 전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산 포니 엑셀 승용차를 몰고 시속 185㎞의 과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경찰에 체포됐는데, 당시 백인 경찰관 4명이 킹을 잔혹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흑인들 사이에 분노가 일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92년 4월29일(현지시간) 1심 재판에서 해당 경찰관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LA 지역의 흑인들이 들고 일어섰다.
흑인들이 상점에 돌을 던지고 지나가던 백인 운전자를 붙잡아 두들겨 패는 등 폭동으로 비화하자 LA경찰은 뒤늦게 비상령을 내렸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백인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만 막았다. 이에 흑인 시위대는 경찰이 전혀 없는 LA 시내 코리아타운으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LA가 로드니킹 사건으로 입은 전체 경제적 손실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45%가 한인촌에 집중됐다.
닷새에 걸친 폭동 끝에 6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중에는 한인도 1명 포함됐다. 미 언론 일부는 사안의 본질이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인데도 한인사회가 입은 피해가 큰 점을 들어 “한인과 흑인 간 갈등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보도해 미국 내 한인사회,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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