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위가 홍콩사태 분수령… 유혈충돌 우려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맞춰 중국도 잰 걸음
“홍콩 경찰은 미국보다 문명화ㆍ절제” 여론전
미국 기업ㆍ홍콩 주민 ‘脫홍콩’ 기류 확산
홍콩 시민들이 1일 도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이 제정하려는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해 5가지 요구사항을 뜻하는 제스처로 손바닥을 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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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관영매체를 앞세워선 미국 내 시위 상황을 홍콩과 비교하며 ‘미국의 이중잣대’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4일 톈안먼(天安門) 31주년 추모집회가 홍콩보안법 정국의 1차 분수령이 될 거란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ㆍ기업의 ‘탈(脫)홍콩 러시’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국 신화통신은 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작보고’ 전문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구절이 추가된 점이 눈길을 끈다”고 전했다. 문제의 대목은 ‘홍콩과 관련한 입법 추진을 가속화한다’는 부분이다. 홍콩보안법을 서둘러 제정하겠다는 의미다. 이 문구는 당초 공작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중국 언론 보도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홍콩 문제에 계속 간섭하고 심지어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이 지난주 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할 때만 해도 미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법을 제정하려면 통상 짝수달에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를 3차례 거쳐야 하는 만큼 6, 8, 10월에 심사를 한다면 앞으로 시간이 4개월 가량이 남아 있고, 이 기간 중 최소한의 물밑 대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특히 홍콩 범민주진영이 경찰의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4일 대규모 추모집회를 공언한 터라 자칫 유혈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대홍콩 제재가 빨라질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선 당장은 미국의 조치가 엄포인 듯하지만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홍콩보안법 제정의 고삐를 바짝 죄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매체들이 미국 내 흑인 사망 규탄시위를 보도하는 논조는 홍콩 시위에 정당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강변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자국 시위에는 강경하고 홍콩 시위는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게 단적인 예다. 뤼샹( 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 경찰은 방송기자를 체포하고 심지어 시위대를 향해 무장차량을 몰기도 했다”면서 “홍콩 경찰은 법 집행에서 미국 경찰보다 훨씬 문명화된 방식으로 절제력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홍콩 안팎의 정세가 요동치면서 홍콩에 진출한 1,300여개 미국 기업과 8만5,000여명의 미국인들도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추락하면 많은 기업들이 한국ㆍ싱가포르ㆍ대만 등지로 이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타이페이타임스는 “올해 1분기 대만에 이민을 신청한 홍콩 시민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전인대를 통한 보안법 제정이 구체화하면서 이민 문의가 10배 가량 폭증한 상태다. 홍콩 명보가 15세 이상 홍콩인 81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홍콩 입법회가 아닌 중국이 직접 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했다. 찬성은 24.3%에 그쳤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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