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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디지털 뉴딜·그린 뉴딜?… 포장 뜯어보니 5G·태양광 등 기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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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 재정 지원책 쏟아내는 한국판 뉴딜, 그 다음이 안 보인다

정부는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버티기' 지원을 넘어 '일어서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형 뉴딜을 내걸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대규모 재정을 풀어 당장의 고통을 줄이는 데만 몰두할 뿐,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치료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판 뉴딜… 31조 들여 일자리 55만개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적극적 재정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될 3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3개월 안에 75% 집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겠다는 것이다. 햇살론 등 서민 금융 공급 1조원 확대 등 대출을 통해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당장의 어려움을 버텨낼 수 있도록 하고, 재정으로 일자리 55만개를 만들어 고용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1684억원을 들여 숙박·관광 등 8개 분야에서 할인 소비 쿠폰을 풀어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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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마련된 '한국형 뉴딜'은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든다'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에 2022년까지 총 31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한다는 게 골자이다. 하지만 디지털 뉴딜은 5G·초고속인터넷망 등 IT 분야에 대한 투자에 '뉴딜'이란 모자를 씌운 것일 뿐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5G 확산 등 DNA 생태계 강화에 2022년까지 6조4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22만2000개를 만들고,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등에 8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1만5000개를 만든다는 식이다.

그린 뉴딜 역시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한 녹색 산업 육성 정책에 뉴딜을 입혔다는 평이다. 아파트 500만호 스마트전력망 구축과 태양열·풍력·수소 에너지 확산 등에 5조4000억원을 들여 일자리 3만3000개를 만들고, 그린 뉴딜 유망기업 육성 등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1만1000개를 만든다는 계획 등이 그린 뉴딜이다.

더욱이 뉴딜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인지, 어떻게 55만개라는 숫자가 나왔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 일자리와 민간 일자리가 혼합된 형태일 것이며, 자세한 내용은 7월 중 종합 계획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다.

◇한 발짝도 못 나간 원격의료·숙박 공유

반면 민간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계가 요구하는 노동시장 개혁, 규제 철폐 등은 대부분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 가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해 10년간 제자리인 원격의료의 빗장이 비로소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는 2020년까지 '건강취약계층 13만명 대상 생활 습관 개선 등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제공'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 정도만 포함됐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한국 유턴)도 세제 지원이 강화되긴 했지만 핵심 대책인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 완화, 52시간제 보완 대책 등은 빠졌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이나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등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실질적인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내국인 도심 공유 숙박 제도화'도 몇 년째 진전 없이 재탕·삼탕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현재 외국인 대상으로만 가능한 도시 지역 내 숙박 공유를 내국인에게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노동시장 개혁, 산업 구조 조정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거의 언급조차 없었다. 정부가 작년에 추진했던 '최저임금 결정체제 개편'은 목록에서 아예 사라졌고, 마스크 대란 때 효과를 본 특별연장근로제 확대는 "운영 실태를 점검한 뒤, 한시적인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원칙론만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미국 뉴딜의 핵심은 제도 개혁(Reform)에 있었지만, 우리는 구제(Relief)에만 막대한 재정을 쓸 뿐 회복 대책은 잘 보이지 않고 개혁에는 아예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최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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