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127분의 열띤 토론…코로나19가 남긴 도시정부의 숙제는[CAC 글로벌 서밋 202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전세계 42개 도시 대표와 함께 한 온라인 화상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팬데믹 시대, 도시의 위기를 극복할 서울의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투브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또다시 반복됐을 때 도시국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K-방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은 전 세계에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2일 서울시가 주최하고 전세계 42개 도시정부 시장이 참여한 화상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각국 도시의 대표들은 자신들의 지난 코로나19 대응방법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전 세계의 시차로 한국시간 2일 오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화상회의는 각 도시 대표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늦은 3일 오전 12시 7분에 끝났다

각 도시의 시장과 주지사는 무엇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격리조치가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팬데믹 이후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자카르타는 지난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문제와 함께 또다른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바스웨단 주지사는 “방역문제와 경제문제는 우리 모두가 겪은 일이고, 디지털 혁신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카르타는 청정한 환경을 얻게 됐다”면서 “개발도상국인 우리 자카르타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경제모델을 녹색경제로 세운다면 이러한 청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본 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했다.

세르게이 소바닌 모스크바 시장은 “두 달 이상 지속됐던 봉쇄령을 해제하고 1일부터 봉쇄령을 완화해 이제는 산책도 허용된다”면서 “모스크바는 현재 저명한 의료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19 대응체계를 구축해나가는 한편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진행대로라면 올 가을쯤에는 백신 연구 성과가 쌓여 치료제가 나오는 근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18일 우리나라로부터 50만회 분량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한 미국 메릴랜드주 래리 호건 주지사는 “무엇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에 방점을 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고, 그 결과 뉴욕이나 뉴저지 등 미 동부지역에 비해 상황이 많이 악화되지 않았다”면서 “메릴랜드 주 인구의 5%인 35만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고, 이는 서울시민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사가운이나 의료진의 보호장구가 부족해 주(州)정부 차원에서 보호장구를 구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면봉, 거즈 등 기본적인 의료물자도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향신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전세계 42개 도시 대표와 함께 한 온라인 화상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팬데믹 시대, 도시의 위기를 극복할 서울의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투브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세계 각국 도시의 시장과 주지사들이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자유토론에 참여한 16개 도시 대표들은 철거예정인 아파트에 노숙인들 임시숙소를 만들거나, 영업을 하지 않는 숙박시설에 노숙인들을 수용하고, 이들에게 마스크 등을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노숙인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상회의 후 42개 도시 대표들은 ‘서울 선언문’을 채택, 팬데믹에 맞서 도시 간 유기적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선언문에는 감염병의 조기 인지와 선제적 대응을 위한 협력, 도시정부 간 감염병 정보 공유와 공동실천, 감염병 위기시 인적·물적 자원 신속지원,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도시간 인적교류, 사회·경제적 위기극복을 위한 도시 간 자유로운 이동 및 경제활동 지원 등이 담겼다.

박원순 시장은 또 도시 간 감염병 대응 국제기구(가칭 CAAP·Cities Alliance Against Pandemic)를 설치해 도시 간 연대와 협력을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 감염병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전 세계 도시에 적용 가능한 감염병 대응 모델을 세우자는 취지다.

박 시장은 “도시간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 봉쇄’지만 이는 단기적 해결책일 뿐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의 생활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도시정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는 전세계 도시정부에 감염병에 공동대응할 것을 제안한다”며 “각 나라와 도시의 지식을 공유해 코로나19 이겨낼 도시정부의 힘을 강화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