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절벽+원자재 가격 상승에 시름하던 철강업계 '반색'
수익성 악화 주범 후판 수요 증가 따른 가격 인상 기대
"LNG선 한 척당 2만~3만톤 고부가가치 후판 필요"
향후 조선사와 가격 협상서도 유리한 고지 점할 듯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
3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중국 칭다오항 수입 철광석 현물 가격은 톤당 101.32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5월 4일 84.04달러 대비 톤당 17.28달러 상승한 것으로 20.56%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반대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중국이 점차 공장 가동률을 높이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와 수출 동시 수주절벽에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철강업계가 국내 조선업계의 카타르발 사상 최대 규모 LNG선 슬롯 계약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앞서 카타르 페트롤리움(Qatar Petroleum·QP)은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조선 3사와 LNG선 관련 협약을 맺었다고 공개했다. 이번 계약은 QP가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건조 공간(슬롯)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QP는 계약규모가 100척 이상, 700억 리얄(약23조6000억 원)규모라고 발표했다.
이번 카타르발 낭보는 국내 조선사들의 협력업체들은 물론 후방산업인 철강업계까지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이번 계약이 본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후판 수요 증가까지는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수주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카타르 계약 건은 조선업에 분명 좋은 신호”라며 “다만 철강 제품 주문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내년쯤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후판으로 골치를 썩여 왔다. 후판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조선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터라 가격 협상에서 번번이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조선업체들에 끌려 다녔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4분기 조선사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톤당 3만원의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조선업 수요 절벽에 올해 들어 실제 거래가격은 인상 이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1분기엔 후판 가격 협상이 결렬된 데 이어 2분기 협상도 이견이 커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방산업인 조선업계의 어려운 경영 사정을 감안해 수년 째 후판 가격 인상을 미뤄오면서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에 빠졌다.
철강업계가 국내 조선사들의 카타르발 수주 소식이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후판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LNG선 한 척당 후판은 약 2만~3만 톤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척으로 따지면 최대 300만 톤 가량의 후판 수요가 이번 카타르와의 계약으로 새로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규모는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연간 후판 케파(capa·생산능력)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급과잉 상태의 국내 후판 시장이 이번 대규모 수주를 계기로 수급 균형을 찾게 되면 결국 후판 가격의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철강업계의 견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힘드니까 고통 분담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마이너스를 감내하면서까지 후판을 공급해 오다 보니 후판은 어느새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 됐다”며 “철강사 입장에서는 당장 공급량이 증가하는 것보다는 수급 밸런스 회복을 통해 이 사업군에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LNG선에는 고급강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도 있는 상황”이라며 “수주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조선사들이 공정관리 차원에서 주문을 점진적으로 계속 늘리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