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구원 떼어내 복지부로… “승격 아닌 손발 자르기” 비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기념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는 모습. 당시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약속했다. 연합뉴스 |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5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본을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질본 산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과 그 산하의 감염병연구센터 등 연구 기관들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담겨 ‘알맹이 없는 승격’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질본 승격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백지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복지부가 ‘감염병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 강화’를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은 사실상 백지화될 전망이다.
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기념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약속한 사안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질본 구성원, 특히 정은경 본부장이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됐다.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은 정 본부장의 공이 컸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주한미군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정 본부장, 그리고 질본을 향해 “정말 위대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를 찾아 코로나19 대응에 전력하는 정은경 본부장(왼쪽) 등 질본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
4·15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유 중 하나도 질본, 그리고 정 본부장을 향한 국민의 고마움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총선 후 6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누린 것도 질본, 그리고 정 본부장 덕분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향후 개각이 이뤄지면 정 본부장이 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질본, 그리고 정 본부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법안이 논란을 일으키자 문 대통령이 분통을 터뜨린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 대통령 지지율은 62%로 지난 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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