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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프랑스도 경찰의 인종차별·폭력 규탄여론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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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전국서 동시다발 대규모 집회…파리경시청, 코로나19 이유로 집회 불허

유명 흑인배우 오마르 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해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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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프랑스 릴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흑인 여성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고 영어로 적힌 푯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도 경찰의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력을 규탄하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집회 개최를 불허한 파리 시내의 경찰 규탄 시위에 2만명이 운집한 데 이어 이번 주말에도 수도 파리를 비롯해 전국에서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우선 6일(현지시간)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는 '우리에게 숨을 쉬게 하라' '정의 없이 평화 없다'라는 제목으로 집회들이 열릴 예정이다. 파리 시내 미국대사관 인근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두 건의 시위가 예정돼 있다.

이날 파리뿐만 아니라 릴, 낭트, 메스, 보르도, 마르세유 등 다른 대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연쇄 시위에 연대감을 표하고 프랑스에서 과거 벌어진 비슷한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격의 집회들이다.

그러나 파리 경시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등을 들어 미국 대사관 인근의 두 건의 집회 개최를 불허했다.

미국에서 중년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지자 프랑스에서도 과거 경찰에 연행돼 갑자기 숨진 흑인 청년 사건에 대해 경찰에 책임을 묻는 여론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사망 당시 24세)는 2016년 파리 근교 보몽쉬르우아즈에서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부하고 달아나다가 체포돼 연행된 뒤 갑자기 숨졌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도 그의 양손에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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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프랑스 파리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이 '조지를 위한 정의', '미국에는 플로이드, 프랑스에는 트라오레'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체포에 나선 3명의 경찰관이 트라오레를 바닥에 눕히고 체중을 실어 올라탄 뒤 제압했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그의 죽음에 경찰관들의 책임이 없다는 최종 검시 결론이 최근에 내려졌다.

하지만, 유족의 의뢰로 따로 진행된 사인 조사에서는 경찰의 물리력 행사가 사망의 원인이 됐다는 결론이 나와 경찰과 유족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경찰에 항의해 파리지방법원 앞에서 2만명이 운집하는 집회가 경찰의 불허방침에도 강행됐고, 해산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의 방화와 투석, 경찰의 최루탄 진압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경찰관들이 각종 시위에서 경찰의 진압에 다친 시민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단체 채팅방에서 저속한 언어로 조롱하거나, 성적·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낸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이런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이에 대해 "해당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경찰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수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에는 프랑스의 한 흑인 경찰관이 인스턴트메신저인 왓츠앱(WhatsApp)의 채팅방에서 6명의 동료 백인 경찰관들이 자신을 거론하며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게 돼 이를 고발한 사건이 알려져 경찰 내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이 고조됐다. 해당 백인 경찰관들에 대해 프랑스 경찰은 감찰과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2011년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원제 Intouchables) 주연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프랑스의 유명 흑인 배우 오마르 시(42)도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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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배우 오마르 시가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는 이날 롭스(L'Obs) 온라인판에 '깨어나자'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에 걸맞은 경찰, 계층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시민을 지켜주는 경찰을 원한다"고 말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프랑스와 헐리우드를 오가며 활동 중인 시는 최근 미국에서의 시위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선 대도시 근교 빈민거주지역의 흑인 청년들을 상대로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과잉진압을 해 문제가 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2017년 2월에는 파리 서북부 올네수부아에서 22세 흑인 청년이 검문하던 경찰관들에게 성폭행과 집단폭행을 당한 일이 알려지자 분노한 흑인 청년들이 연일 차량과 상점에 불을 지르며 경찰과 충돌해 치안 불안이 상당 기간 이어졌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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