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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재용 구속 위기, 한국 경제 '먹구름' 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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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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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포스트 코로나'와 미중 무역분쟁의 줄타기 속에서 발빠른 대처가 절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감행할 주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면 관련 업계에 직격탄이 불가피한 데다, 재계 전체적으로도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인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한 것.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 등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끌어내기 위해 삼성바이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렸고, 이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당시 추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18조~19조원)가 부풀려진 것이란 시각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지난 5일 현재 43조9997억원이다. 국내 대표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의 34조6120억원보다 9조3877억원 많다. 결국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3.44%를 보유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두 배 넘는 이익을 봤기 때문.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 부회장 거취와는 관련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이 부회장의 구속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도 근거가 희박할 뿐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투자 결정 등은 '오너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기업체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1년간 복역 후 출소한 2018년부터야 비로소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업종에서 중국 등 신흥 시장 추격으로 위기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제시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하고 나선 것.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중국이 '제조 2025'를 통한 '반도체 굴기' 선언으로 한국 주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변화가 우려되던 당시, 이 부회장은 전장 반도체 육성을 공식화했다. 이어서 지난해에는 '반도체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코리아'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 비전 2030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대대적으로 규제하면서, 삼성전자가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시장 압도적인 1위인 미국 TSMC와 기술 경쟁을 시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요구를 받는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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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한동안은 반도체 투자 전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사소한 결정 하나라도 적지 않은 파급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전문경영자들이 책임을 감수하고 투자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아서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OLED를 넘어서는 퀀텀닷 디스플레이에 13조원 투자를 통한 승부수를 띄우면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디스플레이 시장에 다시 한 번 '초격차'에 나섰지만, 이 부회장 부재하에 투자가 제대로 집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가는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투자에 힘을 쏟으며 미국 팹리스 협력사들에 신뢰를 높이는 한편,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하는 등 양국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면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 확대 전략에서도 이 부회장 구속은 악재일 수 밖에 없다. 5G 사업은 정부 기관에서 주도하는 게 일반적. 이 부회장이 최근 몇년간 각국 주요 관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시장 점유율을 10% 대에서 지난해 23.3%까지 끌어올린 사례가 있기 때문. 이 부회장이 없으면 이런 '고공 플레이'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삼성은 적극적으로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나선바 있다. 최근에도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투자 강화를 지시하면서 관련 업계 주가도 껑충 뛰어올랐지만, 이 부회장 구속 영장 청구 소식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반도체뿐 아니다. 미래 성장 분야인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도 당장 실적을 내기 어려운 탓에 이 부회장의 결정이 절실하다는 분위기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시장도 계속 위축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혁신이 멈추면 중국의 추격에 무방비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탄 100조원'도 표류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기준 113조원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이를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인수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직접 전세계를 돌며 유망 기업들을 물색해왔고,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또 다른 미래를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투자 위축이 삼성에서만 끝나지도 않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구속에 이르게 된다면, 재계 전체에도 경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다는 것은 어떤 경영인이라도 법리적 해석에 앞서 심증이나 일부 여론에 따라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다른 기업들이 당장 투자를 줄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예전과 같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경영에 나서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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