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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유엔난민기구 韓대표 "한국戰 후 큰 성장 韓, 난민에 도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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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유엔 난민의 날 앞둔 제임스 린치 UNHCR 한국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긴급재난지원금을 난민을 위해 써달라며 선뜻 기부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을 겪었기에 실향민의 아픔을 알고, 전 세계 몇 안 되는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은 난민 이해도가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로 부임한 제임스 린치(James Lynch·57) 대표는 "약 1년간 지켜본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뒤늦게 난민 유입을 겪었음에도 대응 방식이나 시민 의식은 오히려 더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유엔 난민의 날인 20일 앞두고 9일, 서울 유엔난민기구 한국본부에서 린치 대표를 만나 취임 1주년 소회와 제주 예멘 난민 등 한국 사회와 얽힌 난민 이슈와 전망을 들어봤다.

연합뉴스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 [유엔난민기구 제공]



"저희 가족이 사는 서울 연희동에는 친절한 이웃 주민이 많고, 주변 환경이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보내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요. 소통은 생각보다 잘 돼요. 대화가 막힐 때는 구글 번역기를 쓰기도 합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태국, 케냐, 라이베리아 등 10곳이 넘는 국가를 누빈 베테랑이지만 한국은 다소 특별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그가 몸담은 대부분 지역은 수십 년 전에 이미 난민이 발생했거나 수용 문제 등으로 관련 이슈를 일찌감치 맞닥뜨린 나라들이었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수백명이 입국하면서 최근에야 시선을 돌린 한국과는 달랐다.

그는 "한국은 난민 수용 역사는 짧지만 1992년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한 나라이자 2013년 독자적인 난민법을 갖춘 특별한 나라"라며 "아시아 국가 중 이처럼 난민 협약을 체결하고 난민 심사 절차가 견고한 나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난민협약은 모든 난민은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하며,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송환이 금지되고, 최소한의 처우가 보장돼야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스템보다 놀라웠던 것은 난민을 향한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난민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는 현실과는 달리 지원의 손길은 뜨거웠기 때문이다.

"UNHCR로 들어온 민간 후원액이 전 세계 국가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시민들의 난민 지원도 적극적입니다. 특히 기업이 아닌 개인 후원이 많았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전쟁을 겪었기에 난민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애정을 보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난민을 포함해 외국인 입국 제한을 두지 않은 점도 칭찬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난민 수용을 막지 않았다"며 "우리 역시 위생 키트를 배포하고 안전에 힘썼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난민 거부감을 보이는 여론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6월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500명이 넘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의 입국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38만여명이 동참했다.

같은 해 난민법 폐지와 제주 예멘인 송환,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이는 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른 이유보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서 난민으로 생기는 피해를 과장한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가 유통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 씨를 비롯해 난민을 도우려는 이들이 큰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정작 난민을 직접 만났던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 잘 적응했다'고 평합니다. 최근 제주 난민 소식이 뜸해졌다는 의미는 결국 잘 정착해서 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연합뉴스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 [유엔난민기구 제공]



그는 난민 편견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난민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땅값이 떨어지는 등 경기 불황이 온다는 우려에는 "오히려 난민으로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도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과거 태국은 미얀마 난민을 다양한 공장의 노동자로 채용해 성공을 거둔 바 있고, 투르크메니스탄은 타지키스탄 난민이 농업 분야에서 생산적인 모습을 보이자 시민권을 주겠다면서 귀환하려는 발걸음을 되돌리려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본국의 문화 수용을 거부하고 난민끼리 뭉쳐 산다는 지적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물론 미국에 들어온 소말리아 난민을 보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살고 있다"면서도 "고립이 아닌 새 사회 적응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과거 미국으로 넘어간 한국인이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정착을 위해 함께 모여 살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얘기다.

난민 지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도 어려운 이들이 많은데 머나먼 타국에서 온 난민까지 왜 우리가 챙겨야 하느냐'는 의문일 것이다. 그는 "한국에 불우한 이들의 지원하는 것과 난민을 돕는 것은 양자택일이 아닌 병행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 정책의 최종 목표이자 궁극적인 해결책은 피난국에서의 수용이 아닌 모국으로의 귀환"이라며 "과거 캄보디아나 콩고 난민들이 모국의 정세가 안정돼 고향을 찾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산업적으로 큰 성장을 이룩한 나라입니다. 아름다운 나라이고요. 이런 풍요를 (과거 한국의 모습과 닮은 난민과) 나누는 것은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지만요. 이번 '난민의 날'에는 난민이 누구인지 알리고, 그들이 강한 생활력으로 이룩한 것을 기념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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