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원점 재검토' 요구에 채권단 대응 방안 논의
현산, 대출 만기 연장 등 요구할 듯…인수 불발 전망도
9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HDC현산이 내놓은 입장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현산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평가할 만한 일로 보인다.
산은은 이렇다 할 답을 받지 못하자 최근 현산에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HDC "아시아나 인수 원점서 재검토하자"(CG) |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재협의를 요구하는 부분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재협상을 못 할 것도 없다는 기류도 채권단 내부에 흐르고 있다.
현산 측이 어떤 부분에서 재협의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었기에 채권단은 현산의 의도와 재협의 사안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10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일단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을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함께 갚기로 한 조건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채권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점을 내세워 아시아나항공에 나간 채권단 대출의 만기 연장을 현산이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문제도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출자 전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영구채의 출자 전환은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현산 측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계 제로' |
시장에서는 딜 클로징(종료) 연장에는 양측이 큰 이견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인수자금 조달, 국내외 기업결합신고 진행 등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만큼 최종 거래 시한 자체를 늦추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산이 금호산업[002990]에 지급해야 할 구주 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재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작년 말 주식매매계약(SPA) 당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천700원을 적용했다.
다만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3월 19일 2천270원까지 떨어지는 등 계약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주 대금은 모두 금호 측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현산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절반 정도라도 더 깎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도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경우 구주 대금을 받아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 측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4천억원대 이상의 구주 대금을 기대했던 만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차질 빚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올해 초 보유하던 한남동 유엔빌리지 자택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주 대금을 당초 계약보다 절반이라도 받고 연명할지, 아예 이 정도로는 못 버틴다고 판단해 감자를 추진하거나 워크아웃까지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직 구주 가격과 관련해 현산 측에서 그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추측성 발언일 뿐 현재 구주 가격 재조정 등에 대해 얘기가 나온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도 금호와의 상표권 계약을 연장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경영 행위로 불신을 키웠다고 보고 현산이 재협상에 나서면서 경영진 교체를 우선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현산과 채권단이 재협상에 나서겠으나 아시아나 인수 조건을 둘러싼 이견에 인수 무산이라는 결말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 나온다.
현산이 이날 공문에서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사전 동의 없는 추가자금 차입 승인과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을 지적한 것을 인수 포기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수 무산 후 계약금(2천500억원) 반환 소송까지 갈 경우 현산이 인수 불발에 책임이 없다는 점의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hanajjang@yna.co.kr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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