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수합병(M&A) 및 관련 법조계에 따르면, HDC현산이 전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이목을 끈 것은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을 요청했다”는 부분이다. 해당 대목 자체는 예비 인수자로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핵심은 해당 요청에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라는 단서를 붙였다는 점이다. 즉, 지난해 하반기 당시의 기업가치를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인수할 수 없다는 선포다.
HDC현산이 판단하고 있는 본원가치는 인수 이후 예상되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HDC현산 컨소시엄이 유상증자에 투입할 자금은 총 2조1772억원이었다. 유증 대금을 활용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원금을 상환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HDC현산이 감당해야 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800%(별도 기준)에서 100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채권단으로부터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형식으로 1조7000억원을 추가 수혈받았다. 이는 당초 기대했던 재무부담 완화 효과의 80%를 무력화하는 규모다.
특히, 채권단 측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매각자 측에 계약 위반 책임을 묻겠다는 뉘앙스도 강하게 풍겼다는 평가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 감사인이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것을 두고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의 긴급지원 자금 1조7000억원을 추가 차입한 것이나 계열회사에 대한 1400억원 규모의 지원이 예비인수자와의 동의 없이 진행된 점도 문제 삼았다.
M&A에 자문하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예비 인수자와의 협의 없이 재무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계약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실제 법률 싸움으로 넘어가게 되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계약 파기 사유를 얼마나 합리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이 그간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에 법률 자문을 제공해 온 법무법인 태평양 외에 대형사 한 곳을 최근 추가로 선임한 것도 회자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고문으로 기용하고 있는 김앤장이 거론된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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