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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국 흑인 사망

[2020 美대선] 46대 대통령 운명, 흑인 투표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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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사건, 미 사회 만연한 인종·가치관 모순 터뜨려…투표 에너지로 바뀐다면 대선 판도 가를 수도

이투데이

실업률 추이. 연두색 : 히스패닉/진파랑 : 흑인/하늘색: 백인.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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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치러지는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도가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들의 투표율에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일어난 흑인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 및 가치관을 둘러싼 모순이 일제히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런 불만과 폭발에 의한 충돌의 연쇄가 11월 대선 구도를 바꿀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폭발의 계기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사망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였다. 1968년 암살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만큼의 인지도도 없는, 일반 시민의 죽음이 당시 이상의 항의 시위로 발전한 데는 인종 간 격차가 그 배경에 있다는 평가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흑인 가구의 연소득(중간값)은 4만1400달러(약 4940만 원)로, 백인보다 2만5600 달러 낮았다. 이 격차는 통계를 시작한 1967년(2만600달러·2018년 가치로 환산한 값)을 넘어 사상 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도 백인보다 흑인이 더 컸다. 인구 대비 고용 비율을 보면, 2월~5월 백인은 7.9%포인트 하락한 반면, 흑인은 9.8%포인트나 떨어졌다.

흑인들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백인보다 더 많이 노출돼 있다. 현장에 나오는 ‘최전선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재택 근무가 가능한 흑인은 백인보다 약 10%포인트 더 적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흑인 사망자 수는 백인의 2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흑인의 실업률은 지난 5월 16.8%를 기록했다. 지난 2월(5.8%)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것이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4월 14.7%, 5월 13.3%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두 자릿수 실업률은 미국인들이 근래에 보지 못한 수치다. 하지만 흑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흑인의 실업률은 1974년 9월부터 1994년 11월까지, 그리고 2008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0%를 넘었다.

실업률이 낮더라도 흑인들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취약했다. 백인보다 직업의 안정성이 낮고, 재산도 적었기 때문이다. 저축 규모도 적어 위기에 대한 내성도 약하다. 미국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흑인 가구의 현금 저축액은 8762달러로, 백인(4만9529달러)의 20%에도 못 미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인종 간 격차 문제가 이번 대선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CNN방송이 지난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8%가 이번 대선에서 크게 중요시하는 요소로 ‘인종 문제’를 꼽았다. 인종 문제가 경제(77%), 의료 (69%)에 이어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1940~1960년대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흑인이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는 비율은 60~80% 정도였다. 하지만 1960년대 민권운동을 경계로 거의 90%의 압도적인 비율을 기록하게 됐다. 취업 우대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민주당이 소수자를 배려한 정책을 적극 추진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경합 주의 투표율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흑인의 투표율은 59.6%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대선 때보다 7%포인트 줄어든 수치이자 20년 만의 첫 감소였다. 백인보다는 5.7%포인트 낮았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패한 요인이 됐다.

경합 지역 중 하나인 미시간주는 2016년 트럼프가 1만1000표 차이로 승리를 거머쥔 곳이다. 미시간주에서 흑인 유권자는 약 110만 명으로 추정된다. 흑인 투표율이 1%포인트만 올랐어도 두 후보는 박빙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가 승리한 다른 경합 주 6곳에서도 흑인 투표율이 5%포인트 오르면 3개 주에서 역전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전문가들은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분노가 투표로 향하는 에너지로 바뀐다면 이번 대선 판세는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투데이/변효선 기자(hsb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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