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대원·영훈국제중의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교육 당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에 뉴스피처는 외고와 자사고 폐지 과정과 과학고만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자사고 평가 입장 밝히는 오세목 서울 자교연 회장 |
2005년.
당시 서울지역 132개 사립고등학교 교사 대표들은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자율형 사립학교 폐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자사고가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며 자사고 확대 계획을 철회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해 나갈 것을 주장했는데요. 200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자사고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2014년 당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자사고가 존속하는 한 공교육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일반고의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그러나 학부모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희연 교육감 당선 이후 관련 학부모들은 기준 미달 학교의 청문회를 거부하거나 기자회견을 통해 자사고 폐지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선거공약을 토대로 두 번째 임기 청사진을 그린 백서를 발표합니다. 2022년까지 자사고·외고 최소 5곳을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내놓은 것인데요.
"자사고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그는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 다수가 '학교·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많은 감점을 받았다"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설립 취지인 자사고는 '정책적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학생들 |
그로부터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국민 담화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등 교육 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던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은 크게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단계적 폐지'와 '고교학점제 도입 등 일반고 역량 강화' 두 가지 였는데요. '당초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자사고·외고를 없애고, 일반고에는 고교학점제 등 혁신 교육을 도입한다'는 것이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래픽]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주요 내용 |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정부계획이 발표되자 해당 학교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2019년 11월 7일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와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정부의 일반고 전환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재지정 평가지표는 부당' |
그러나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앞서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의 후속 조처인데요. 개정안은 시행령·규칙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설립·운영근거를 삭제하는 것이 골자로 일부 자율학교에 전국단위 학생모집을 허용하던 규정도 없앴습니다.
2020년 1월 6일.
모든 외고·국제고·자사고를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꾸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끝났습니다.
'외고 폐지 반대 의견서를 들고' |
이에 전국 사립 외고와 자사고들이 본격적인 반대에 나섰는데요. 외고 변호인단은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으로, 외고에 진학하길 희망하는데 못하게 된 학생 등이 당사자로 참여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단은 또 외고·자사고와 과학고 등 일반고가 아닌 고교의 설립근거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입법 청원 활동도 벌일 방침인데요.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특목고의 정점에 서 있다 할 수 있는 과학고는 어째서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일까요?
이는 과학고가 상대적으로 외고나 국제고 등 다른 특목고보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유지되고 있다는 교육 당국의 판단 때문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고 졸업생이 대학 전공으로 어문계열을 선택한 비율은 2016년 31.9%, 2017년 35.4%, 2018년 40.1%, 2019년 40.0%였습니다.
외국어 인재를 기르기 위해 설립된 외고 졸업생 가운데 대학에서도 어문계열을 전공하는 비율이 최근 4년간 30∼40% 수준에 그친 것인데요. 특히 국제고의 경우 어문계열에 진학한 졸업생은 매년 20% 미만이었습니다. 2016∼2019년 어문계열을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진학 비율도 외고는 46∼53%, 국제고는 60∼63%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과학고 졸업생은 매년 약 96%가 이공계열로 진학해 설립 취지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었는데요. 의대에 진학하는 과고생은 2∼3%였습니다.
'사교육 억제,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도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이 배경입니다.
2020학년도 기준 과학고 학생 수는 20개교 1천638명.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는 2천659명, 광역단위 자사고 1만343명, 외고 5천867명으로 총 1만8천869명에 이르는데요. 사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학업의 장이 아닌, 입시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자사고와 외고. 결국 2025년부터 폐지 결정이 내려진 상황인데요. 이번 대원·영훈 국제중이 일반중으로 전환된 것 역시 국제중 폐지 정책의 일환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그저 지난 5년에 대한 운영성과 평가일 뿐, 폐지 수순의 시작점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자립형 사립고 폐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전승엽 기자 김정후 인턴기자
kir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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