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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국 흑인 사망

[국제이슈+] 신대륙 탐험가에서 인종차별 원흉으로 격하된 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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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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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미국 전역에서 '신대륙 발견자'라 칭송받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수난을 받고 있습니다. 머리가 잘려나가거나 통째로 끌어내려져 물에 빠뜨리는 등 인종차별 시위대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데요. 이는 콜럼버스가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의 원흉으로 불리며 역사적 재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과 현재 인종차별 시위가 맞물려 발생한 일로 풀이됩니다.


앞서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네소타, 보스턴, 리치몬드 등 여러 도시에 위치한 콜럼버스 동상이 잇단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날 미네소타주의회 의사당 앞에서는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에 밧줄을 묶고 잡아당겨 땅으로 떨어뜨렸죠. 한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콜럼버스 석상의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같은 날 저녁 1000여 명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모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콜럼버스 동상이 통째로 호수에 던져졌습니다.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 처음 도착한 10월 둘째주 월요일이 '콜럼버스의 날' 공휴일인 미국에서 콜럼버스 동상이 무참히 끌어내려진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1992년에는 콜럼버스의 서인도제도 탐사 500주년을 맞아 '1492 콜럼버스'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고, 매해 큰 퍼레이드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콜럼버스는 왜 인종차별의 원흉이라 불리며 시위대의 분노 대상이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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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콜럼버스란 인물은 예전부터 유럽에선 평판이 그리 좋은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스페인에 가서 이사벨라 1세를 속이고 아메리카로 건너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대량의 원주민을 수탈해온 악랄한 사기꾼으로 그려지죠. 자국에 아메리카 식민지를 가져다 준 스페인에서만 위인으로 기념했죠.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아메리카 대부분 국가에서 그는 위대한 탐험가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가 서인도제도에서 저질렀던 끔찍한 만행들이 연구결과 드러나면서 역사적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죠.


콜럼버스는 1492년 서인도제도에 도착한 이래로 1504년 스페인으로 돌아올 때까지 카리브해 일대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러 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이 지역들을 히스파니올라라 부르고 자신이 총독에 오른 후, 스페인 본국에서 빌린 빚을 갚기 위해 원주민들에게 귀금속을 요구했죠. 그러나 생각만큼 귀금속이 나오지도 않았고, 이 지역에 대규모 금광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원주민들을 강제로 잡아와 노역을 시켰고, 사탕수수 등 상품작물을 재배토록 노예로 부리게 됩니다. 원주민 여성들도 납치해 강제로 매춘을 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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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지역 원주민들은 유럽에서 온 콜럼버스와 스페인 탐험대에 의해 옮겨진 천연두, 콜레라 등 치명적 질병들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2만년 전 북극권인 베링해 일대를 통해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이동하면서 일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콜럼버스가 발을 딛었던 섬들은 불과 3~4년 사이에 원주민들이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약 30만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져있죠.


노예로 부릴 원주민이 없어지자, 콜럼버스는 아프리카 흑인노예를 수입해 노동력을 충원합니다. 미 대륙에 흑인들이 처음으로 끌려오게 된 계기가 됐죠. 이후 1865년 노예해방이 선포될 때까지 1500만명 이상의 흑인들이 미 대륙에 강제로 끌여오게 됩니다. 유럽인들의 탐욕과 아프리카의 노동력, 그리고 아메리카의 토지가 결합한 이 무역형태는 삼각무역이라 불리게 됩니다. 사실상 콜럼버스는 그의 사후 400년 가까이 지속될 흑인노예제를 이용한 플렌테이션 경영 수법을 완성했던, 인종차별의 근원을 만든 사람이었던 셈이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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