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 정치권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예타는 나랏돈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에 대해 경제성과 효과 등을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비용은 많이 들고 효과는 적은 사업에 국비(國費)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이 제도가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사업 등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여야 할 것 없이 예타 기준 완화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21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이면서 이 중 국가 재정 지원이 500억원 이상인 사업'으로 바꾸는 국가개정법 개정안을 입법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이 가운데 300억원 이상이 국비로 충당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예타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법이 민주당 뜻대로 개정되면 총사업비 기준 5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사업들은 예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민주당의 홍성국 의원은 지난 12일 이 같은 예타 기준 완화를 SOC 사업에 우선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여권의 예타 기준 완화 움직임에는 미래통합당도 가세했다. 통합당 김상훈 의원도 최근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 500억원 이상'으로 바꾸는 법안을 낸 것이다. 통합당 김성원 의원은 북한에 인접한 '접경지역'에서 하는 SOC 사업에 대해 사업 규모와 상관없이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을 냈다. 지난 10일에는 조경태 의원이 공공 보건의료사업의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의원들은 예타 기준 완화가 필요한 이유로 "예타 제도 도입 후 20여년이 흘러 물가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예타는 지역구 사업과 연관이 커 여야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말이 나온다. 예타 기준을 완화해 심사 없이 지역구 SOC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작년에 총 53조7000억원 규모 61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했다. 각 시·도가 민주당에 올해 예산 편성에 반영하거나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사업의 총규모는 134조3000억원이 넘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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