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담긴 일본의 산업유산 정보센터 공개와 관련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뒤 외교부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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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의 메이지(明治)시대 근대산업시설 23곳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되는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 정부의 항의 끝에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특별보좌관은 강제노역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4일 언론에 공개된 근대산업유산 정보센터에는 일본의 약속이 전혀 이행돼 있지 않았다. 강제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과 자료들만 전시돼 있었고, 강제 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 역시 전무했다.
정부는 15일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일본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로 초치해 유감을 표했다. 실제 23개 시설 중 ‘군함도’로 잘 알려진 하시마탄광 등 최소 7개 시설에서 한국인이 강제 노역을 당했는데도 일본 정부는 이런 정보를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도 냈다.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 일본이 약속한 후속 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는 항의였다. 외교부는 2015년 일본의 약속을 상기하면서 “전시 내용 어디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력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15일 일반에 공개된 일본의 산업유산 정보센터에는 1940년대 당시 한국인 등에 대한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던 일본 정부의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산업유산 정보센터 제공ㆍ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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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17년, 2019년 제출한 이행 경과 보고서에서도 기존 약속과 괴리되는 내용을 서술해 왔다. 이에 2018년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시 한 번 2015년 결정문 이행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정보센터가 완공되면 새로 보고하겠다’ 식으로 얼버무렸다.
외교부는 각급 외교 레벨을 통해 일본에 입장을 전달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가 2018년 권고한 ‘당사국 간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산업유산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내각관방 부(副)장관도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성실히 이행해 왔다”고 억지 논리를 폈다.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가 법적 강제력은 없다는 점에서 정부도 고심이 깊다. 정부는 6월 29일로 예정돼 있던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원회가 연기된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다자 차원의 압박이 일본에 가장 큰 압박이 될 것이라 보고,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합의 자체부터 강제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왜곡 강행은 예정됐던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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