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간호사 평균 임금, OECD 33개국 중 22위
간호학위 취득 5년 후 그만두는 간호사 수두룩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생루이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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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이제 다시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근무량이 많고, 가족과 시간도 못 보내고, 임금도 낮아 아이들 맡기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요"
"간호대학에서 3년 반 동안 공부했는데, 마트 캐셔보다 임금이 약간 높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병원에서 13년간 일한 간호사의 말이다. 결국 그는 최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병원에서 풀타임으로 일했지만 그의 가장 최근 실질임금은 월1600유로(217만원)였다.
매달 며칠은 밤에 일해야 하지만, 야간수당은 고작 시간당 1유로다. 게다가 이런 날은 아이돌보미도 필요한데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밤 8시까지 아이 셋을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간호사처럼 프랑스에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 수준으로 간호학위를 취득하고 5년 후 그만두는 간호사가 3분의 1이다.
지난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간호사 임금은 평균임금대비 6% 낮다. 반면 대부분의 OECD 가입국에서는 병원간호사 임금이 국가별 평균 임금보다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웃국가인 독일과 스페인 간호사의 임금은 각각 평균임금 대비 13%, 29%씩 높았다. 간호사 평균임금 부문에서 프랑스는 OECD 33개국 중 2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으로 입원하는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던 의료진, 특히 간호사와 간병인의 노력과 역할이 재평가 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이 위기에 앞장서온 의료진들에게 감사 표시로 500유로(67만원)에서 최대 1500유로(203만원)의 특별 보너스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프랑스 의료진의 반응은 차가웠다.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병원 .© 정경화 통신원 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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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노인요양시설(EHPAD)이다. 이곳 의사협회 대표 파스칼 메베트는 특별 보너스 지급은 ‘일시적인 방안’일뿐, 간호사 처우 개선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의 의료진 임금은 병원직원의 임금보다 적다.
의료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랑스 정부는 구체적인 임금 인상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프랑스 국가의료보험공단의 예산은 이미 적자이며, 정부예산 범위도 한정돼 있다. 하지만 프랑스 의료진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른 상태. 따라서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대표 필립 마티네는 오는 16일(현지시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금인상뿐만 아니라 정부에 병원 인력 증원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프랑스에서는 주 35시간 근로제 법이 통과돼 프랑스 병원내 4만명 추가 고용을 예상했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병원 의료진은 추가근무에 시달리며, 휴가도 잘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병원 의료진 임금인상이 결정되면 병원직 공무원 봉급표가 수정되기 때문에 다른 공공 부문의 임금인상 요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심각하게 경기가 후퇴하면서 민간부문 실업이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부터 7주간 진행되는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프랑스 정부와 의료진간 협상이 다음달 중순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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