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풍선효과와 갭투자를 막기 위한 부동산 규제를 추가로 내놓으면서 수도권으로 이동했던 주택 수요가 잠잠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으로 갔던 수요가 서울로 회귀해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규제지역 확대 △부동산법인 규제 강화 △정비사업 규제 정비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가 이번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른 수도권 집값을 누르면서 최근 오를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서울 집값도 잡기 위해서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원(13.9%), 구리(12.7%), 안산(9.1%), 군포(9.0%), 용인(8.6%), 안양(6.1%), 인천(5.6%) 등에서 벌써 집값이 5%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기준 주택가격 상승률(2.2%)을 크게 웃돈다. 대전도 올 들어 주택 매매가격이 7.6%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10주만에 반등했다.

2020년 6월 17일 기준 규제지역 현황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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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정부의 규제로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특히 실수요 뿐만아니라 투자수요도 많이 몰렸다. 전세 계약을 안고 집을 사는 소위 갭(gap)투자나 아파트 분양권 투자, 법인을 활용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군포, 대전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인 수원과 안양 일부 지역, 구리, 의왕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격상했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당장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청약 재당첨 제한에도 걸리게 된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노린 투자 수요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정비사업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5년 동안 주택 청약에 당첨될 수 없다.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투자 목적의 수도권 매매 수요가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억누른 풍선효과로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부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를 피해 서울과 접근성이 좋거나 교통이 개선될 예정인 수도권 도시로 빠졌던 자금이 서울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은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도 안될 정도로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지만, 올 들어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대기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부동산114가 집계한 서울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99.3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평균 31.7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서울 지역의 매수 심리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6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보다 3.8포인트 상승한 100.8이다. 올해 3월 마지막주 이후 10주 만에 다시 100을 넘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아파트 매매시장이 매수 우위, 그보다 낮으면 매도 우위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기권 전역이 서울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경우, 추가 규제가 부과된 지역들은 집값이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서울 부동산시장은 다시 꾸준히 상승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풍선효과가 무작정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확산된 게 아니라 교통환경이나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 서울 거주 수요를 대체할 만한 출퇴근 가능한 지역의 집값이 오른 것"이라면서 "추가 규제가 단행되면 상당수 지역에서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권에서 움직이겠지만, 서울과 서울에 인접한 지역은 꾸준히 오르는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수도권 전역이나 대전, 청주 등 충청권 일부가 조정대상지역이 되거나 투기과열지구가 된다고 해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경상도나 전라도까지 확산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대출 규제에서 주택 시가 기준이 낮아지면 그에 맞는 수도권 집값이 더 오르는 가격대별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팀장은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소형 면적형을 중심으로 매매가 6억원 미만인 물건을 찾을 수 있는만큼, 수도권으로 이동했던 자금이나 실수요자가 서울로 회귀하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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