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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한명숙 사건, 대검 감찰부가 살펴라”… 추미애·윤석열,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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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참고인 중앙지검 조사 거부에 / 秋 “중대 사안… 신속한 처리” 지시 / 민주·열린민주당만 참석 법사위 개최 / 尹 “시효 완성 사안 감찰부 소관 아니다” / 공수처 등 놓고 법무부·검찰 다시 충돌 / 與의원들 “검사들과 일해 순치되나” 지적 / 秋 “굉장히 모욕적… 눈치 안 본다” 발끈 / 검찰 출신 소병철 “감찰의 요체는 독립성”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 당시 위증 강요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재소자 한모씨에 대한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8일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중요 참고인 대검 감찰부 조사 지시’라는 제목의 알림 자료에서 “추 장관은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를 위해 대검 감찰부에서 해당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경과를 보고받아 이 사건 수사과정 위법 등 비위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시는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의2(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발생 등 보고)에 근거한다. 규정에는 대검 감찰부장이 검찰공무원의 범죄나 비위를 발견한 경우 이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사건의 처리 및 결과 역시 법무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추 장관의 지시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서울중앙지검 조사에 응하지 않고 대검 감찰부가 하는 감찰이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중요 참고인 한모씨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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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7년 8월 23일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강압 수 사, 위증 종용 의혹 등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씨가 변호인을 통해 ‘뉴스타파’에 보낸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윤 총장이 지시한 조사는 범행을 덮고 축소하고 도리어 왜곡할 수 있는 수사라 응할 수 없다면서 “대신 법무부 감찰이나 대검 감찰부 수사엔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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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대검은 이와 관련해 “오늘 별도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 관계인은 4월7일 법무부에 “한명숙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법무부는 4월17일 이를 대검에 보냈고, 대검 감찰부는 5월28일 진정을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 법무부의 공문이 내려온 지 한달여 만에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사건을 맡겼다. 그러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직접 감찰하겠다’며 반발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한 부장은 진정서 사본을 대검에 제출했고 대검은 복사된 서류를 서울중앙지검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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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감찰사안, 인권문제 변질은 잘못”… 윤석열 겨냥한 秋법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진정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다시 충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건 관련 진정을 서울중앙지검에 맡겼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살펴보라고 지시하면서다.

전운은 추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대검이 감찰을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진상 확인을 지시한 조치는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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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대검 감찰부에서 법무부 직접 감찰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의에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대검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별건이 발생했다고 보고 이틀 전(16일)부터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정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에서 증언 강요가 있었다는 진정 사건을 담당하라고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맡긴 윤 총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것과 동시에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한 부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했다. 검찰 속 감찰부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한 부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감찰 ‘본부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그동안 감찰부를 내부적으로 ‘감찰본부’로 높여 불렀지만 한 부장 취임 이후 ‘감찰부장’으로 명확히 했다.

한 부장은 검찰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검찰의 자체 감찰방안 발표와 함께 “사건이 완결 또는 종결돼 새로운 감찰 자료가 수집될 경우 감찰권이 작동될 수 있다”며 수사팀을 압박했다.

지난 4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한 부장은 윤 총장에게 감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 감찰부는 ‘감찰부장에게 감찰 개시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검에서는 ‘감찰의 독립성은 인정하지만 개시권은 총장에게 있다’고 해석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을 두고도 윤 총장과 한 부장은 충돌했다. 한 부장은 4월17일 법무부로부터 진정을 받은 지 한 달여 뒤에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 윤 총장은 징계시효가 완성된 만큼 감찰 소관이 될 수 없으니 이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맡기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한 부장은 진정서 복사본을 대검에 넘겼다. 일종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관련 서류를 제공하지 않은 한 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불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보고해야 할 사안을 한 달이 지난 뒤에 보고한 것도 모자라 총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자료를 주지 않은 사람이 질책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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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검찰 눈치 지적에 추 장관 “모욕적”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에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추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이 ‘추 장관이 검찰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문책성 발언을 하자 발끈했다. 검찰 출신인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일선에 있는 검사들은 죽어라 일하는데 지휘부 몇몇 검사들 때문에 감찰 문제가 제기됐다. 감찰의 요체는 독립성인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 가관”이라며 “봉숭아 학당이냐. 이럴 때 장관으로서 (검찰에) 감찰부서의 감찰에 왜 간섭하느냐 독립을 지키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송기헌 의원이 한동훈 차장검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시기와 그에 대한 추 장관 반응을 언급하며 “답변하시는 것을 보고 예전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장관 같은 분도 검사들과 일하다 보면, 검사들에게 순치되는 것 아닌가. 지나친 이야기일까”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을 통해 업무의 진지성을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추 장관은 “검찰을 옹호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눈치 보지 않고 잘 일 하고 있다”며 “소 의원도 검사였고, 검찰개혁 책임이 다 있다. 그렇게 단정 짓지 말라, 굉장히 모욕적이다”라고 받아쳤다.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의사실을 언급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추 장관은 해당 기자에 대해 “이철씨와 가족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의 범죄 정보를 제공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강하게 처벌받을 것처럼 협박했다는 피의사실 요지가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하게 금지했던 추 장관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명확한 피의사실 언급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정필재·이귀전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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