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등 한·중 의학서
다양한 질환 치료 효과 명시
현대 의학도 효능 속속 규명
침향의 건강학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쇠화가 진행된다. 몸의 신진대사 균형이 깨지면서 기력이 점차 쇠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잔병치레하는 일도 많아진다. 몸이 전반적으로 취약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이런 경우에 ‘침향(沈香)’을 사용해 왔다. 침향은 용연향·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힌다. 침향의 원산지인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지금도 만병통치약으로 불린다. 몸에서 안 좋은 기운을 내보내는 등 체내 기운을 다스리는 데 탁월한 효과 때문이다. 이런 효능으로 인해 침향은 역사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침향은 높은 건강 가치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아직도 침향을 ‘향나무를 물에 수십 년간 담갔다가 말린 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침향을 침수향(沈水香)이라고도 불렀던 데서 생긴 오해다. 사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가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오랜 시간 점차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이다. 수지는 나무가 세균·곰팡이 등 상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스스로 회복·치료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도 높은 액체다. 이 수지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을 거쳐 얻어진 것이 바로 침향이다.
━
체내 기운 잘 다스리는 ‘이기약’
긴 세월을 고스란히 이겨낸 침향은 체내 기운을 잘 다스리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침향을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한다”며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특히 “침향에서 ‘침’자가 잠기다·가라앉다의 침(沈)자”라며 “침향의 기운이 기가 역상(逆上)하는 것을 치유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뭉친 기운을 잘 풀어주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의미다. 침향이 구토나 기침, 천식, 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돼 온 이유다.
침향은 막혀 있거나 정체된 것을 잘 내려가고 배출되도록 하는 성질도 있다. 침향이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은 이런 성질 때문이다. 황 원장은 “본초학에서는 침향을 강기온중(降氣溫中)·난신납기(暖腎納氣)라고 해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이 콩팥으로 모여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천식·변비·소화장애뿐 아니라 정력제로도 많이 사용됐다.
옛 문헌에는 침향의 이런 성질을 다양한 질환에 활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우선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마비 증상이나 소화기계 질환을 잡는 데도 사용됐다.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침향의 성질과 건강 효과에 대해 상세히 묘사했다. 그는 침향의 성질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옛 의학 문헌에도 침향의 다양한 용도와 효과에 대한 기록이 있다.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또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는 침향의 활용도에 대해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쓰여 있다. 반면에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는 설명도 있다. 이런 기록들은 침향이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잘 설명해 준다.
━
식약처 안전성 확인한 제품 선택
다양한 효과는 침향에 함유된 유효 성분 때문이다. 최근 침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들 성분과 작용 기전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첫 번째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 기존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줘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했다.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도 침향의 핵심 성분 중 하나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성분이다. 아가로스피롤이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리는 이유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본초강목』에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고 기록된 것은 아가로스피롤 때문이다.
단, 과용은 금물이다. 적정량을 섭취·복용해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두통·복통·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침향을 섭취할 땐 가급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