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볼턴 "트럼프 한국에서 50억달러 받아내는 길은 모든 미군 철수 위협하는 것"

댓글 1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대규모 유세를 진행하기 위해 오클라호마주 털사를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전용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주한미군 철수’로 압박 카드로 사용하라고 참모들에게 종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차례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방위비 대폭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수준이 너무 높으며 한국이 이미 많은 비용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데다 미국산 무기 구입,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 등으로 미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설득하기 위해 애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방위비 인상에 집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1일 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당시 앞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지만 합의문 없이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많은 논의를 했지만 뒤이어 진행된 업무오찬에서 주한미군 기지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텔레비전을 판매하는 특권을 누림으로써 미국은 연간 40억달러를 잃고 있다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비용으로 연간 50억달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다른 나라들은 상당히 더 많이 지불하는 것을 제안했다면서 다음 협상 단계에서 한국이 좀 더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문 대통령을 매우 보호하고 싶고, 문 대통령에게 대단한 존경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고, 기지 비용에 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기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기지 부지를 임차했는지, 또는 무상인지 물었지만 문 대통령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4%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피해갔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방위비 지출이 너무 적다고 비판했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이 공짜로 스스로를 지켜왔고, 이 때문에 공짜로 국가를 건설한 반면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5조달러를 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회동을 했던 지난해 6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기지 비용 문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한국을 사랑하지만 미국이 매년 무역 분야에서 한국에 200억달러를 잃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380억달러를 잃는 대신 300억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감안해 거부했다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과 다르게 문 대통령에게 다른 나라들은 기지 비용으로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방위비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자신이 이 문제 덕에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줄어들었고, 한국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입국이며, 한국의 미국 내 투자가 늘었고, 양자 간 무역 균형이 미국에 더 유리하다는 등 경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무기 구매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전년도 내기로 합의했던 10억달러, 그리고 무상 부지, 다양한 시설 건설 등을 언급하며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문 대통령에 속도를 내라는 취지의 제스처를 취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땅을 소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을 지키기 위한 부지에 부동산세를 내서는 안된다면서 ‘아마도 평화롭게 되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방위비 문제에 관한 한국을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담이 있기 일년 전 자신에게 기지 비용을 산출해 공평하고 공정한 분담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이 때 나온 비용이 연간 50억달러에서 55억달러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이 지난해 7월 방위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 것을 기술하면서 “얼마나 많은 액수가 그를 만족시킬지 아는 사람은 오직 트럼프뿐이었다”면서 “그러나 진짜 수치가 얼마나 될 지 주측하려고 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 트럼프 자신도 아직 몰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볼턴 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 카드로 활용하라고 종용했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으로부터 50억달러, 일본으로부터 80억달러를 받아내는 길은 모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면 당신을 매우 강력한 협상 지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그리고 일본, 유럽 동맹들)과의 관계를 몹시 괴롭혔던 이슈 중 하나는 미군 기지를 유치한 나라들이 내야할 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라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논의 후에도 우리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