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입장을 미 NSC에 전달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볼턴 회고록에 대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입장을 전했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의 한국 측 카운터파트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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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상당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에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에 실리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 동맹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정 실장의 이같은 입장을 어제 미 NSC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볼턴 회고록에 대한 청와대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다만 볼턴 회고록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왜곡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볼턴 회고록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의용 실장이 볼턴의 카운터파트였다. (회고록에) 정 실장과 주고받은 얘기들도 포함돼 있어 정 실장이 입장을 낸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이 미국 측에 요구한 ‘적절한 조치’와 관련해선 “대통령의 참모들이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 준수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관련 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포함해서 사실이 아닌 일종의 허위사실에 대해 미국이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지난해 남·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동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지난해 판문점 상황을 살펴보면 볼턴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 배석하지 않고 몽골 울란바토르 일정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퍼 매파’인 볼턴 당시 보좌관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빗댄 데 대해선 “(볼턴 전 보좌관) 자신이 판단해봐야 할 문제”라며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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