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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볼턴 "트럼프, 中 비판 싫어해···무역 담판에 표 하락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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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전하는 트럼프의 중국관

“시진핑 비판 듣지 않으려 해”

"대만이 만년필이면 중국은 테이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신간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인식이 그의 참모들만큼 강경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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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1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3연임을 추구하지 않는 데 ’감탄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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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를 담당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에서 ‘인류의 공적’이란 소리를 듣는다. 중국 때리기로 일관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에 대해선 “오만하고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는 혹평이 중국에서 나온다.

이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마치 목숨이라도 건듯 중국과 격하게 싸우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데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매체가 볼턴의 신간을 살펴봤을 때 트럼프가 했다는 말과 행동은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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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거의 하루가 멀다고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 중국으로부터 ’인류의 공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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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은 책에서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중국 정세에 대한 어떤 나쁜 소식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진핑을 비판하는 말도 싫어했고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듣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게 미·중 무역 담판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미국 경제에는 골칫거리를 가져와 결국엔 연임 가도의 대선에서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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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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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잡은 건 미국 월가의 사람들이었다고 볼턴은 전했다. 중국 대륙에 투자해 큰돈을 번 월스트리트 금융가 사람들의 말을 믿는 편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는 아첨에 가까운 덕담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 “시 주석을 중국에서 300년 만에 한 번 나올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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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며 포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시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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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엔 그것도 모자랐다고 생각했는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위해 도와달라는 간청까지 했다는 게 볼턴의 회고다.

이에 앞선 2018년 11월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회의 때는 시 주석의 트럼프 띄우기가 있었다. 시 주석이 만찬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을 6년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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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300년 만에 한 번 나올 지도자“에 이어 다시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는 아첨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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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임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연임을 바란다는 메시지였다. 트럼프는 미국 일각에선 자신을 위해 대통령 임기를 연임으로 제한하는 미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대답했다.

시 주석이 미국엔 선거가 너무 많다며 자신은 결코 트럼프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 볼턴의 신간은 전했다. 볼턴은 21일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시진핑 전화 내용의 일부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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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관의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0일 볼턴 보좌관을 트윗으로 전격 경질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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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쟁취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감탄한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양국 정상의 이런 식의 교류가 트럼프 본인이나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화는 시 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서나 오갈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미·중 지도자 간 대화에서도 오갔다는 게 놀랍다. 미·중 무역 담판과 관련해 트럼프-시진핑이 나눈 대화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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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통점은 장기 집권이다. 시 주석은 대통령 3연임을 추구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감탄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 주석은 미·중 무역회담이 ‘불평등’ 합의가 된다면 중국은 굴욕을 받은 것으로, 이는 마치 중국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처럼 산둥(山東)성을 독일의 손아귀에서 떼어내 다시 일본에 내준 것과 같다고 따졌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정색하고 중국이 무역 담판에서 굴욕을 겪는다면 중국 내 애국주의 정서가 폭발해 반미(反美)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이 중국을 도와 일본을 격파했기에 중국은 미국에 빚을 졌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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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사진은 백악관이 회고록의 수정·삭제 요구 사항을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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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 주석은 다시 “중국은 당시 19년을 싸웠고 끝내는 중국의 힘으로 일본의 침략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1989년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30주년이던 지난해 “15년 전 일을 누가 신경 쓰느냐”며 무역이나 챙기자고 했다.

또 지난해 내내 홍콩을 달궜던 시위에 대해서도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시 주석이 ‘신장(新疆) 재교육 캠프’에 대해 설명하자 “그런 캠프가 마땅히 세워져야 한다”며 찬동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는 게 볼턴의 신간이 전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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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의 신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경제에 대한 나쁜 소식이나 시진핑에 대한 비판적 발언 모두를 듣기 싫어했다“고 한다. 이게 미중 무역 담판에 악영향을 줘 자신의 연임 가도에서 ‘표’가 떨어질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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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대해선 마치 ‘소화 불량’에라도 걸린 듯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만년필을 가리키며 이게 대만이라면 중국은 백악관 집무실의 커다란 테이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덩치와 경제를 매력적으로 본 것이다.

볼턴은 또 “내가 백악관을 떠난 후 트럼프가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배신했는데 다음엔 또 누구를 배신할까 따져보니 아마도 대만이 트럼프의 배신 명단 앞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대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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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은 근년에 일어난 미국의 중요 외교안보 사안을 다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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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의 전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트럼프의 중국관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큰 매력 덩어리로 무역 담판을 잘해 미국 경제를 살찌우고 이를 토대로 연임에 성공하자. 미안하지만 인권이나 대만 문제 등은 나중 일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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