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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이스타항공 꼬이는 인수협상… 직원들 “회사 사라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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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대표 “고통감내” 호소… 체불임금-고정비용 등 놓고 이견

이스타 측 “매각대금 낮출 의향”

제주항공, 강경 조종사노조 우려

국토부 “기업간 문제 중재 힘들어”

동아일보

“6월 말까지 인수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이스타항공의 운명이 어찌될지 모릅니다.”

29일로 예정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협상 종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한철우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근로자들은 추가 임금 삭감 등의 고통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없이 회사가 없어질까 두렵다.”

한 씨 등은 이스타항공이 29일까지 제주항공과 인수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면 이스타항공의 존속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직원 임금을 넉 달째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 공항 이용료 같은 고정비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모든 노선 운항을 중지해 매출이 사실상 제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항공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이스타항공은 부채 규모 등이 지원 조건(부채 5000억 원 이상)에 맞지 않아 기간산업안정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휴업 직원에게 회사가 임금의 70%를 지급하면 나중에 정부가 임금의 90%를 지원해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아예 신청도 못했다. 경영 악화로 일반 대출은 거의 막힌 상태다.

이스타항공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공적으로 인수되는 것이다. 협상이 성사되면 매각 대금이 들어오고 제주항공과 공동 경영을 통해 새로운 출발이 가능해진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인수협상이 깨지면 그동안 미뤄뒀던 각종 비용에 대한 차입이 들어 올 수 있다”며 “인수협상 결렬이 회사로서는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인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3월부터 지급하지 않은 약 250억 원의 임금과 고정비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이런 비용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떠안기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제주항공은 그런 의무가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에 당초 매각대금(545억 원)에서 약 100억 원을 낮출 의향이 있으니 대화를 이어가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민노총에 가입해 대주주 및 경영진 책임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에 나선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원칙적으로 인수협상 논의는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며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어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 임원은 “협상을 연장하면 임금 체불은 계속 늘어나고 이를 버티지 못해 이직하는 직원이 많아지면 자동으로 구조조정이 되는 것”이라며 “지연될수록 제주항공이 유리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수협상은 기업 간 문제여서 정부가 나서 중재하기 힘들다. 다만 어려운 항공사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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