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수도 사나의 병원에서 치료받는 코로나19 환자 |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5년 넘게 계속된 내전으로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비극을 겪는 예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예멘 보건당국과 국제구호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공식 확인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천20명이며 사망자는 275명에 달한다.
치명률이 무려 2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세계 평균 치명률(5.1%)의 5배에 달한다.
누적 확진자수도 2주만에 배로 증가했다.
전염병 방역과 치료를 주도해야 할 예멘 정부는 2015년 3월 내전이 발발한 뒤 반군의 공세에 밀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옮겨 아직 본토로 귀국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예멘에서 코로나19 대처는 사실상 유엔,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국제구호에 의존하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고 감염자를 치료하기엔 역부족이다.
반군이 장악한 예멘 북부, 중부는 코로나19 피해가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다.
마크 로콕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국장은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예멘의 의료 체계가 붕괴한 탓에 보고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많다"라며 "국제사회가 대규모로 지원하지 않으면 예멘은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예멘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요즘 매장 비용이 몇 달 전보다 7배로 뛰었다"라며 "코로나19로 예멘의 비극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라고 우려했다.
5년여에 걸친 장기간 내전으로 보건행정·의료·방역 체계가 와해했고 위생 상태도 열악한 터라 예멘은 전염병에 특히 취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로는 예멘에서 2016년 10월부터 창궐한 콜레라에 올해 1월 현재 235만명이 감염됐고 4천149명이 숨졌다. 사망자의 절반이 13세 이하 어린이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예멘 정부는 말라리아에 11만7천명, 뎅기열에 2만3천명이 감염됐다면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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