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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일의 혁명]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직장 근접성 보다 공간 중요…도시 집값도 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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솅커, 블룸버그 선정 최고의 예측 전문가

43가지 평가 기준 중 25가지 세계 1위

재택근무로 노동자 삶은 더 윤택

줄어든 통근시간, 가족들과 보내

온라인 교육 확대, 대학도 양분화

美·中 갈등 심화와 상업 부동산 폭락

코로나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

아시아경제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퓨처리스트인스티튜트 회장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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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깨닫게 된 단 하나의 사실은 결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불확실한 미래 속 새로운 시대가 다가왔음을 모두가 직감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 100일이 넘었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퓨처리스트인스티튜트 회장은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재택근무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인간관계뿐 아니라 도시, 주택 등 공간도 함께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교육 측면에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격근무가 확대되면서 고용시장의 유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ㆍ중 갈등 고조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폭락을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리스크로 뽑았다.


솅커 회장은 블룸버그가 43가지 평가 기준을 통해 선정한 최고의 예측 전문가로 꼽힌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원유 가격, 금 가격, 농산품 가격, 미국의 일자리 등 총 25가지 기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저서로는 '로봇에 준비된 나(Robot-Proof yourself)' '불황에서 자유롭기(Recession-Proof)' 등이 있다. 최근 그가 쓴 '코로나 이후의 세계(The Future After COVID)'는 한국에도 번역, 출간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다음은 솅커 회장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한국에서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의 인기가 높다. 낯설고 혼란스러운 미래에 대해 차분한 톤을 유지하면서 일자리, 교육, 환경, 경제, 미디어 등 전 분야를 망라한 전망을 정리했다.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내 고객의 대부분인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돕기 위해 책을 썼다.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나는 빨리 일을 해야만 했다. 책을 저술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염병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 시나리오, 그리고 팬데믹에 의해 영향을 받을 기회들을 식별하는 것이었다. 여기엔 이미 시행되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가속될 준비가 돼 있는 진화와 새로운 과거 추세를 살펴보는 것, 그 후의 경제 폐쇄 그리고 회복이 포함됐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오스틴(텍사스주)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과 비슷했다. 나는 전염병이 발생하기 한 달 전 아내, 우리가 입양한 개와 함께 오스틴에 있는 집에 있었다. 때때로 우리는 음식에 대해 걱정했고,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우리는 지금도 좀처럼 집을 떠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일부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새로운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어떤 면에서 전염병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비정상적이었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기준으로 상상할 수 있는 팬데믹 이후 최악의 상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의 심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업용 부동산의 대규모 하방 리스크로 대표된다.


-재택근무로 노동자들은 더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까.

▲일반적으로 나는 재택근무가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통근 시간을 줄이고 집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거의 모든 부모는 아이가 없는 부모보다 가정과 직장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동차나 대중교통에서 보낸 많은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 물론 집에서 일할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 경우 그들은 많은 사람이 원격으로 일하게 되면서 오히려 통근 시간대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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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퓨처리스트인스티튜트 회장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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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 4월 말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

▲교육의 미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를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교육의 잠재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체육 학교는 많은 경우 사라질 수 있다. 나는 이전 책 '로봇 시대의 일자리(Jobs For Robots)'에서 일부 대학 캠퍼스가 영화 스튜디오 백라이트 투어와 같은 것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곳은 사람들이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던 장소를 촬영하는 곳이 될 것이다. 미래는 상당히 양분될 수 있다. 일부 엘리트 대학은 여전히 독특한 직접 경험에 대해 매우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대학들은 중간 가격대로 대중에게 원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AI·자동화는 인간의 일자리 대체
원격근무는 유동적 고용시장 창출


-서울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동산 가격이 높다. 정말 집값이나 임대료가 내려갈까?

▲나는 15년 넘게 경제학자, 금융시장 분석가로 일해왔으며 그 모든 시간 동안 다른 무엇보다도 진실임을 증명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차익 거래의 가치는 분명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직장 근접성보다 공간이 중요해질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이 더 이상 직장으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다면 직장 근접성은 공간보다 재정 거래에서 덜 중요한 가치가 된다. 교외가 제공하는 공간 편의를 얻는 대신 고밀도 도시 생활의 근접 편의성이 박탈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도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교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교외의 가치, 비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도시 주택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을 예로 들면 뉴욕과 실리콘밸리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오스틴이나 샬럿(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같은 도시는 다른 도시로부터 주민 일부를 포획할(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도시 전역의 교외 지역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중소 도시가 서울 출신 인재를 유치하는 역학 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전국의 교외 지역은 지난 수십 년 동안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에서는 '큰 정부'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 큰 정부로 방향이 잡히는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 또 이러한 현상이 미래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지금은 미국의 재정 보전을 위한 시기가 아니라 경제를 되살려야 할 때라고 대략적으로 말했다. 나는 경제학자여서 내가 재정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점에 대해 파월 의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경제가 위기일 때는 정부가 위축될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아무리 (재정 보전이) 필요하더라도 경제를 살려야 할 때다. 정부가 위축될 시기는 경제가 최정점에 달했을 때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자동화는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에 대한 논쟁과 지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전자상거래와 같은 몇몇 업종의 경우 AI와 자동화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볼륨을 다루는 것이 중요해졌다. 나는 미래에 자동화로 생산성이 더욱 향상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고의 방법은 더 교육을 받거나 자동화에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로봇 프루프(Robot-Proof)' 분야에 진입하거나 기술과 혁신의 미래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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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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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사회관계(인간관계)의 해체를 향하고 있다는 전망과 역설적으로 그 중요성이 재발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두 가지 분석이 있다. 어느 쪽에 더 동의하나.

▲원격근무는 확실히 거리를 더하고 동료들 사이에 약간의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들이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을 해고하는 것을 덜 거리낄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시한다. 이와 반대로 사람들은 올바른 대우를 받지 못하면 그들 또한 더 쉽게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은 원격근무가 고용주와 종업원 모두에게 더 유동적인 고용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가족관계 부분은 부동산 문제와 연관돼 있다. 당신의 집에 충분히 공간이 있다면 (재택근무나 격리 생활을 하며)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에 모든 사람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 그것은 긴장된 관계를 유발할 수 있다. 나는 코로나19 경험 이후 더 유대감이 깊어진 가족을 많이 알고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가족도 많이 알고 있다. 그 차이는 이용 가능한 개인 공간과 관련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선진국은 재편될 수 있을까. 중국과 미국 간 관계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 사이의 권력 경쟁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에 대한 경제, 정치, 무역, 기술, 군사적 패권을 추구하는 성향에 반기를 들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것이 대리전 양상으로 보여서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전쟁의 이슈로까지 확대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무역 전쟁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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