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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저주 퍼붓던 北 5일째 침묵…"볼턴 폭로에 전략 점검 나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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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김정은 '일단 스톱!'

이후 관영ㆍ선전 매체 침묵, DMZ 군사 행동 중단

대신, '정면돌파' 등 내부 경제 목표 달성에 주력

"숨고르기 하며 전략 점검의 시간, 좀 더 두고봐야"

지난 4일 이후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 정부를 향해 공세를 펴왔던 북한이 돌연 잠잠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자신 명의의 담화에서 “못된 짓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며 한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의 대남 비방은 끊이질 않았는데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회로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열었다고 밝힌 24일 이후 닷새째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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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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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지난 24일 새벽 한국 정부 비난에 나섰던 선전 매체들의 각종 기사 10여개를 일제히 삭제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북한이 24일 이후 비난 행위를 중단했다”며 “하지만 북한이 총참모부의 결정을 ‘보류’한다고 밝힌 만큼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면서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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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천리마타일공장의 생산 공정을 조명했다. 20여일간 대남 비난전을 이어오던 북한은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 이후 닷새째 정면 돌파전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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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비방전 대신 북한은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나서 ‘정면돌파전’ 챙기기에 나선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28일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이 순천세멘트(시멘트)연합기업소를 찾았다”며 “정면돌파전의 기상을 안고 생산적 앙양의 불길을 지펴 올리고 있는 일군(일꾼)들과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해주었다”고 전했다.

앞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7일 “내각이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었다”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 결정서에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정면돌파전’을, 지난 7일엔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시민들의 생활 보장을 주문했다. 대남 전단 살포 분위기 조성을 통해 주민들의 대내 결속을 다진 뒤 내부 경제 성과를 주문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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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현지 경제 시찰에 나섰다고 28일 전했다. 박 부위원장은 금성 뜨락또르(트랙터)공장과 순천 보온재공장의 개건·현대화 정형을 료해(파악)하며 공사에 필요한 자재 보장을 강조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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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같은 반전과 관련, 일단 남한 때리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숨 고르기를 한 뒤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추후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대북 대화론자로 꼽히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사임(19일)하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북ㆍ미 협상 과정에서 있었던 미국의 내부 분위기를 공개하는 등 북한으로서 향후 전략 점검 요소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가 이날 ”볼턴과 아베가 남북 화해를 방해하는 한통속“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게 이를 보여준다.

일각에선 한반도에 긴장이 갑자기 고조되면서 한국과 미국이 물밑에서 북한과 협의를 진행 중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총참모부의 제안을 '취소'가 아니라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과거 북한이 침묵을 지키다 갑자기 행동에 나설 때가 많았던 만큼 지금은 상황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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