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침묵 행진 도중에 경찰이 한 남성을 검문하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
30일 통과돼 다음달 1일 시행될 것으로 알려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반대하던 시위대 수십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9일 홍콩 경찰은 몽콕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던 시민 수백여명이 길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최소 53명을 체포하고 나머지는 강제 해산했다.
앞서 홍콩 당국은 다음달 1일 홍콩반환일에 매년 이어온 행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보안법 반대 시위에 나선 로이챈(44)은 “정부가 우리 입을 막고 우릴 쫓아내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홍콩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에게 맞서야만 한다”고 말했다.
시위 제한에 이어 보안법이 통과되면 홍콩 민주화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왕단은 전날 페이스북에 “2주일 전 베이징에 있는 외국인 기자에게서 6월 말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7월1일 지미 라이와 조슈아 웡이 체포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늘 이 두 사람이 이처럼 쉽게 체포된다면, 내일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체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소식통은 “7월1일 이 두 사람이 당장 체포될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반중란항’(反中亂港·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힘) 인사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인대 상무위는 30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 전망이며, 통과 직후 홍콩 정부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이 법을 삽입,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홍콩 주권반환 23주년인 7월1일부터 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조슈아 웡과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다. 조슈아 웡은 2014년 79일 동안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해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홍콩의 대표적 민주화 인사인 조슈아 웡. 연합뉴스 |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지미 라이는 1989년 중국 정부의 6·4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 언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미 라이 본인도 우산 혁명과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조슈아 웡은 “나에게 이러한 상황을 얘기한 사람이 왕단 한 사람만이 아니다”며 “우리는 모든 힘을 쏟아 우리가 사랑하는 홍콩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안법의 최고 형량은 종신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인 예궈첸은 “홍콩보안법은 ‘이빨 없는 호랑이’로 남지 않을 것이며, 그 위반자는 최고 종신형에 처할 것”이라며 “종신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 징역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심의 과정에서 더욱 엄중한 형량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28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
최고 종신형의 형량은 마카오 국가보안법보다 더 센 규정으로, 중국 본토 수준의 형량이 적용되는 것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안보법은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규정했다. 중국 본토의 형법은 국가전복, 국가분열 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홍콩보안법이 통과 직전인데도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 정치인인 앨런 렁은 “법안 통과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홍콩 행정장관도, 법무부 장관도 법안을 보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러한 비밀스러운 입법 과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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