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조는 29일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와 관련, "이미 빚덩이인 회사 지분을 내려놓는 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은 "국회의원은 계속하고 싶고, (이스타항공의) 부실은 점점 커지니 꼬리자르기 차원에서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며 "어차피 체불임금도 되지 않는 돈으로 생색만 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오른쪽부터)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 겸 이스타홀딩스 대표, 아들 이원준씨. /이스타항공 직원 제공 |
이상직 의원 일가는 이미 본전은 회수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으로부터 매각 계약대금 100억원을 받아 전환사채(CB·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로 이스타항공에 재투자했다. CB는 사채인 만큼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상환받을 수 있다. 이스타항공이 문을 닫지 않는다면 이스타홀딩스 입장에서 애초 투자금은 회수하는 셈이다. 이 의원의 딸 이수지 대표의 경우 이스타홀딩스 대표 및 이스타항공 상무로 재직하며 수령한 임금도 있다.
이상직 의원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의 주식을 이스타항공 측에 헌납하기로 했다"며 일가 모두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아들,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자회사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410억원이다. 이상직 의원 형인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의 회사 비디인터내셔널도 이스타항공 지분 약 7.49%를 보유 중인데, 이 지분은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실제 포기 금액은 410억 아닌 230억… "체불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색"
매각이 완료되면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자금은 약 230억원이다. 매각 대금 410억원 가운데 부실채권(약 110억원)과 세금(약 70억원)을 제외하고 나면 230억원가량이 남는다.
이 의원 일가 입장에서 약 230억원을 포기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만약 제주항공(089590)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상직 의원 일가는 사실상 가치가 제로(0)인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라 ‘꼬리 자르기’와 다르지 않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 측이 포기하기로 한 매각 대금이 현재 누적된 체불임금 250억원보다 적다는 점도 변수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체불임금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혀왔다. 제주항공은 인수를 진행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한 관계자는 "현재는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의원 측은 결국 매각 대금을 포기함으로써 온갖 논란으로부터 피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면서 "경영진이라면 당연히 임금을 책임져야 하는데, 매각 대금 포기로 마치 모든 것을 내놓은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말 기준 부채가 2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운항 중단으로 매달 250억원의 빚이 새로 쌓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부채는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면 정상화 작업에만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 측의 지분 포기 선언은 제주항공 입장에서 큰 인센티브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김유상(왼쪽) 이스타항공 전무가 이 회사 최대 주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최지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이스타항공 직원들 "국회의원은 하고 싶다는 의미"
이상직 의원은 제주항공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수를 무산시킬 경우에도 지분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이스타항공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이날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대주주가 지분을 내려놓는 건 결국 책임 회피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수가 안 될 때를 대비해서라도 미리 다 포기하겠다는 취지"라며 "우선 대주주의 몫을 포기해야 정부도 지원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고 정부가 지원에 나서면 이스타항공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이끄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그동안은 제주항공과의 관계가 있어서 입장 발표에 신중해 왔으나 이번 대주주의 지분 포기 발표를 계기로 정부 당국에도 과감한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며 "제주항공과의 인수 작업으로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제주항공은 협상장에 조속히 나와 확실한 의사표명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은 "논란은 계속 커지고, 국회의원은 하고 싶으니 포기한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대주주 책임 논란이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